[문화지도]79.판화·판화가들…'진짜 판화' 개념 논란(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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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판화가 국내에 본격 도입된지 반세기가 가까워오지만 아직도 판화에 대한 인식은 턱없이 부족하다.

전문가 집단인 작가와 화상 (畵商) 조차 판화의 개념을 명확하게 정의하지 못할 정도. 복제와 대량생산이라는 판화 고유의 특징때문에 작품 유통에 많은 문제점을 야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오리지널 (original) 판화시비를 둘러싼 96년 갤러리 서미의 화랑협회 제명과 97년 오윤 (吳潤) 10주기 판화전의 사후 (死後) 판화를 놓고 학고재 화랑이 모 월간지와 벌인 법정소송 파동. 이 두 사건을 통해 한국 미술계에서는 오리지널 판화의 범위에 대한 논란이 한동안 끊이지 않았다.

이에 한국판화미술진흥회와 한국현대판화가협회는 97년 서울판화미술제 개막에 맞춰 '판화의 가치판단을 위한 지침' 을 발표했다.

이 지침에 따르면 오리지널 판화는 작품을 찍기 위한 판을 작가가 직접 참여해 제작하거나 작가의 위임을 받은 공방, 또는 전문 프린터가 찍는 작품으로 한정하고 있다.

여기에 작가의 서명과 찍은 매수 (에디션) , 일련번호를 작품에 써야 하고 에디션이 끝난 판화는 종료표시 (C.P) 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기준에서 벗어나는 것은 모두 논 오리지널 (non original) 판화다.

작가 사후에 유족의 인정 하에 제작된 사후판화 역시 논 오리지널 판화에 속한다.

하지만 논 오리지널 판화 역시 색분해등 인쇄기법의 복제 (Reproduction)가 아닌 이상 모두 판화로 인정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결국 판화 유통과정에서 화상들이 컬렉터들에게 작품 제작경위를 충분히 알려 작품 가격을 결정해야 한다는 양식의 문제가 중요하게 됐다.

이에 앞서 96년 서울판화미술제에서는 판화의 개념을 평면회화뿐 아니라 조각과 공예품 등으로 대상을 넓힌 멀티플 아트 개념을 도입했다.

멀티플 아트는 작품을 복수로 제작해 판매하는 것으로 하나하나가 오리지널리티를 갖는다.

이 역시 판화와 마찬가지로 에디션을 명기하도록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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