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달마야 서울가자' 정진영·이원종·이문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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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 "속편이라는 부담 때문에 5개월간 합숙을 하면서 재미라는 ‘화두’를 붙들고 늘어졌지요." 좌로부터 ''달마야 서울 가자''의 배우 3인방인 정진영.이원종.이문식. [장문기 기자]

조용한 산사로 들이닥친 조폭들 때문에 한판 대결을 벌여야 했던 스님들이 이번에는 속세로 내려왔다. 3년 전 380여만 관객을 모아 크게 성공했던 코미디 영화 '달마야 놀자'의 속편 '달마야 서울 가자'(9일 개봉)의 시작이다. 도심 속 사찰이 빚 때문에 개발업자의 손에 넘어가게 되자 스님들이 절을 지키기 위해 개발업자의 수족인 건달들과 일대 승부를 벌인다.

자연히 세 스님의 활약은 전편보다 한결 두드러진다. 묵언수행 중인 막내 대봉(이문식)은 한동안 표정과 동작 연기만으로 대사를 대신하다 막상 입을 열면 기묘한 화법으로 좌중을 웃긴다. 현각(이원종)은 '곡차'(술)의 힘을 빌려 불제자의 고충을 토로하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앞뒤 꽉 막힌 줄 알았던 리더 청명스님(정진영)도 절을 구하기 위한 법회에서는 인기 수능강사 뺨치는 입담을 선보인다. 절을 구할 수단으로 등장하는 로또 복권 앞에서 이들은 속인과 다름없이 흥분해 '로도사'같은 절을 짓는 행복한 상상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스님들의 인간적인 모습이 짙어진 만큼 세 배우의 고민도 컸던 모양이다.

"처음에는 다들 '노'였어요. 속편이라는 게 배우로서는 암만 잘해도 본전이거든요. 조건을 내걸었죠. 같이 만들어 나가자고."(이문식) "5개월간 합숙을 했어요. 새벽 2시까지 회의하고도 다음날은 새벽 6시부터 촬영을 하는 식으로 강행군이었죠. 영화 속 화두 고민하랴, 영화 고민하랴, 머리가 복잡했죠."(이원종) "전편은 고립된 섬 같은 산사가 무대니까 '동화'가 가능했지만, 도심 속에서 동화를 만들기는 무척 힘들었습니다."(정진영)

이들이 전하는 '달마야…'의 제작과정은 여느 영화와 사뭇 다르다. 장면 하나, 대사 하나를 놓고 감독과 배우가 연일 머리를 맞댔다. 자칫 불경스럽게 비칠 수도 있을 스님들의 행동 수위를 어디까지 맞출지 고민을 거듭한 것이다. 건달들과 벌이게 될 게임도 10여가지를 검토했다. 이런 과정에서 애초 각본에 있던 사우나에서의 대결 같은 건 빠지고, 전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던 묵언수행이라는 설정이 다시 등장했다.

"조폭이 등장하는 코미디이지만 욕설 한 번 안 나오는 전편 '달마야 놀자'의 전통을 살리자고 했죠."(이원종) "'달마야…' 시리즈에는 악한 사람이 없어요. 돈에 집착하다 나중에 깨달음을 얻는 등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람의 속성은 같아요. 결국 스님도, 건달도 다 사람이라는 얘기죠."(이문식)

'달마야 서울 가자'는 전편을 확대 복사하는 전략을 택했다. 스님들의 개성과 승패에 집착하는 강도는 세졌다. 훌라후프 대결에서 패한 건달들이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바람에 룸살롱을 찾아간 스님들은 노래방 대결, '곡차'마시기 대결에도 휘말린다. 이런 와중에 전편의 '깨진 항아리에 물 채우기'의 뒤를 잇는 '손 안대고 흩어진 염주알 모으기'가 새 화두로 등장한다. 대결과 화두를 중첩시켜 여느 코미디 영화와는 다른 메시지와 여운까지 노리는 시도는 전편과 마찬가지다.

"내 것을 비웠을 때 사랑으로 꽉 찬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라고 생각해요. 사실 스님들에게 주어진 화두라기보다는 대중들과 나누고픈 화두인 거죠."(이원종) "남에게 주면서 내 것을 채울 수 있다는 뜻이라고 봐요. 스님들이라면 내 것을 채운다는 것도 잊을 수 있겠지만."(정진영)

영화와 영화 속 화두에 대해 그토록 치열한 고민을 거듭했건만 배우들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전편에서도 치고받는 장면 같은 게 불교계에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이번에 월정사 시사회에서 스님들은 영화 속 에피소드를 불교의 선(禪)적인 파격으로 해석해 흔쾌히 '재미있다'고들 해주셨지만, 저희가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죠."(정진영)

이후남 기자<hoonam@joongang.co.kr>
사진=장문기 기자 <chang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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