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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희망 동력 ‘영방통 융합’에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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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지금 한국 영화산업은 한국 경제와 마찬가지로 U자의 극적 회생 아니면 L자의 장기 침체의 기로에 서 있다. L자의 전망은 1990년대 초반과 같이 시장 점유율 20% 정도를 가지고 벼랑 끝에서 생존을 위해 싸우는 악몽의 시나리오다. 그러면 U자의 업턴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앞으로 최소한 21세기 중반까지 사용할 수 있는 영화산업의 ‘새로운 성장 모델’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 모델을 움직이는 강력 엔진을 작동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시대의 한국 영화가 극적으로 회생한 것은 멀티플렉스 극장을 기반으로 하는 와이드 릴리즈 개봉이라는 성장 모델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모델은 부동산 거품과 코스닥 거품이라는 악성 바이러스를 만나 실체적인 수요의 확대 없이 투자와 공급에 의존하는 한밤의 불꽃잔치로 끝났다.

이제는 시장의 실체적인 성장을 담보하는 진짜 성장모델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현재 디지털과 모바일 기술을 기반으로 펼쳐지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라는 달리는 호랑이의 등에 영화라는 콘텐트 산업을 탑재하는 것이다. 방통 융합시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관건은 창의적인 콘텐트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영상 콘텐트의 출발과 중심은 영화다. 가장 역사가 길고 고도의 기술과 역동적인 파이낸싱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통 융합시대라는 용어 앞에 영화를 위치해 ‘영방통 융합시대’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한국 사회에 알리고 이를 시대의 화두로 삼아야 한다.

영진위는 이러한 비전 아래 올해부터 3년간 총 30여억원의 예산을 가지고 ‘공공 디지털 다운로드 플랫폼 사업’을 추진한다. 사업의 목표를 쉽게 설명하면 온라인에 오프라인에 존재하는 스크린 2000개에 해당하는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영화산업의 새로운 인프라를 국가가 국민의 세금으로 건설하는 것이다. 이 사업이 예정대로 추진돼 성공한다면 최대 연간 매출 6000억원의 시장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 새로운 온라인 시장은 영화 창작자들과 투자, 제작자들을 우선하는 수익배분을 실시할 것이다.

그러나 이 획기적인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난제들을 풀어야 한다. 우선 디지털 콘텐트 비즈니스의 관건인 ‘제한 없는 공급이 무한한 시장을 창출한다’를 실현해야 한다. 한국에 존재하는 모든 영화가 하나의 사이트에서 서비스돼야 한다. 그러나 한국에는 미국과 일본과 같이 영화의 100년 역사를 함께 한 메이저가 없다. 콘텐트의 판권이 흩어져 있다. 이것을 어떻게 하나로 모을 것인가? 또 하나의 문제는 이미 이 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기존 이해 당사자들과의 조정이다.

지금 정보기술(IT) 업계는 대형 벽걸이 텔레비전을 홈시어터로, 그리고 스마트 폰을 무빙 시어터로 광고하고 있다. 이 시간에도 수많은 영화관이 가정의 거실과 움직이는 소비자의 손바닥 위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 영화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한국 영화를 재발명해야 한다. 그리고 재발명의 출발은 ‘영방통 융합시대’를 여는 것이다.

강한섭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