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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제 의료용품값 뛰자 '밑지는 장사' 대충 진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회사원 金모 (38) 씨는 지난 연말 교통사고로 오른손 손가락에 골절상을 입고 A대학병원에 입원했다.

이 병원은 평소 같으면 다치지 않은 손가락과의 비교를 위해 양손 X선검사를 했지만 金씨에 대해선 다친 손가락만 촬영했다.

병원측은 "X선 필름가격이 오른데다 물량공급도 줄어 어쩔 수 없다" 고 양해를 구했다.

방사선사 李모 (29) 씨는 "요즘은 의사의 구두통보만으론 안되고 반드시 의뢰서가 있어야 촬영해주도록 바뀌었다" 며 "필름 한장으로 분할 촬영하는 일까지 있다" 고 전했다.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로 병원들이 환자진료를 전에 없이 소극적으로 해 국민보건에 주름살이 잡히고 있다.

환율 폭등으로 X선 필름.거즈.1회용 주사기 등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의료용품 값이 최고 두배이상 오른데다 공급이 달려 의료기관들이 사용량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핵심 의료용품은 금융기관의 수입신용장 개설 거부로 공급이 중단된 상태여서 환자 수술일정이 연기되거나 취소될 위기에 놓여 심각한 의료중단 사태가 우려된다.

B병원 정형외과 의사는 "인공관절 재고가 곧 바닥날 것으로 예상돼 수술을 10일 이후로 미뤘다" 고 말했다.

C병원은 수입품인 인공판막 재고가 거의 바닥나 이달 하순부터는 심장판막 수술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증가도 심각하다.

이미 일부 의료용품과 약품의 가격이 올랐다.

복지부는 도산 위기라는 수입업체들의 아우성에 보험적용 의료용품중 일단 X선 필름과 CT 필름의 보험수가만 지난 1일부터 74%와 80%씩 인상했다.

의보가 적용되지 않는 금속교정장치.보철 등은 지난 연말 최고 2백%까지 올라 치과를 찾는 환자가 더 줄었다.

약품의 경우도 이미 지난해 12월말 H약품 안약 등 30여개 품목이 평균 30% 정도 올랐으며 추가인상이 예상된다.

A병원 사무처 간부는 "이런 상황에서는 병원이 진료할수록 손해" 라며 "환율 폭등이 의료수가에 극히 일부만 반영되고 있어 대형병원의 도산 등도 예상된다" 고 말했다.

이하경.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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