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MK'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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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77년 미국 제39대 대통령에 취임한 지미 카터의 백악관 인사는 매우 파격적이었다.

가장 주목을 끌었던 것은 수석보좌관 9명중 8명이 카터와 동향인 조지아주 출신이라는 점이었다.

조지아 출신이 아닌 사람은 유일한 여성이며 섭외담당인 코스탄자 뿐이었다.

게다가 브레진스키 안보담당이나 슐레진저 에너지담당은 특수분야이므로 예외라 해야겠지만 그밖의 모두가 능력을 검증받지 못한 '무명인사' 라는 점도 세상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한 대목이었다.

'대통령에낙선했더라도 여전히 따라다녔을 사람들' 만을 진짜 '측근' 으로 생각한 카터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이 알려진 것은 얼마후의 일이었다.

당시 32세의 젊은 나이로 수석비서관에 발탁된 조던은 '외교문제만 제외하면 모든 것이 조지아주 정치의 확대판' 이라고 술회하기도 했다.

이것이 미국 정계에 이른바 '조지아 사단 (師團)' 이 성립하게 된 배경이었다.

카터 이전에도 동향 출신의 인사를 요직에 발탁하거나 측근에 두고 '조언자' 로 활용한 대통령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때부터 대통령과 같은 지역 출신의 인사들이 거대한 정치세력으로 클로즈업되기에 이른 것이다.

양적으로는 카터에 훨씬 못 미치지만 레이건 대통령 시절의 '캘리포니아 사단' 이나 현 클린턴 대통령의 '아칸소 사단' 이 슬금슬금 입에 오르내리는 것도 카터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하기야 '팔은 안으로 굽게 마련' 이라는 우리네 속담도 있지만 요직을 인선할 때 인사권자의 눈길이 가능한 한 동향 사람에게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그 '인지상정' 이 지나쳐 특정지역 출신 인사들이 알짜배기 자리를 독차지한다거나 수적으로 눈에 띄게 비대해지는 경우에 발생한다.

3공부터 6공까지의 대구.경북 (TK) 출신이나, 지난 5년간의 부산.경남 (PK) 출신이 그렇다.

지난해 선거운동기간중 주로 호남 출신인 김대중 (金大中) 후보 측근들이 행정부.청와대 등의 임명직 진출을 포기한다고 선언해 주목을 끌었었다.

최근엔 대통령당선자의 한 측근이 목포.광주 (MK) 출신의 정치세력 형성은 쉽지 않다면서 그런 식의 '정치후진' 현상은 이제 없어져야 하지 않겠느냐는 견해를 피력했다 한다.

말인즉 백번 옳지만 정치의 역학관계란 그리 단순치 않으니 문제다.

정치인들의 '양식' 에 기댈 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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