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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꾸미밥알' 드셔보셨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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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꾸미, 오징어, 낙지등의 연체동물은 맛이 다 비슷하다고 생각했었다. 알이 탱글하게 꽉 차 있는 주꾸미를 먹어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3년 전 이었나, 알이 가득 찬 주꾸미를 처음 먹었던 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머리처럼 보이는 몸통에서 구슬처럼 생긴 것이 밖으로 빠져 나와있었다. '이게뭐지?'라고 생각하다가 작은 흰색 공 모양의 그것을 입안에 넣었다. 초장이나 참기름을 전혀 더하지 않고 한 입을 깨문 순간. 신선한 충격과 마주하게 된다. '조금 되직하게 지어진 밥풀'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신선한 맛이 아닌가. 꼬들꼬들 씹히는 것도 좋지만 씹을 수록 느껴지는 달보드레한 맛. 잘 지어진 밥을 먹고 있는 듯 하달까.

주꾸미 머리 속 숨겨진 맛을 알게된 후 부터는 주꾸미를 살 때마다 머리에 알이 들어 차 있는지를 꼭 한번 확인하게 된다. 알이 찬 주꾸미를 고르려면 일단 해안이든, 시장이든 4월에서 5월초에 나가야한다. 이 때가 주꾸미 맛이 가장 좋고 살도 부드럽다. 5월만 되어도 산란을 위해 소라나 고동 속으로 들어가버리고 살과 알이 질기고 딱딱해지기 시작하니 주꾸미의 참 맛을 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주꾸미요리를 하려면 일단 깨끗이 손질을 해야한다. 손질법은 낙지, 문어, 주꾸미 모두 마찬가지다. 머리를 조심스레 뒤집어서 알주머니를 터지지 않도록 따로 모셔두고 먹통과 내장은 떼어 낸다. 다만 이 과정은 먹통이나 내장을 먹기를 꺼리는 사람에만 해당된다. 굳이 이렇게 하지 않고 통째로 요리해서 먹물을 슬쩍 터뜨려 먹어도 특별한 맛이다. 머리는 다리와 함께 밀가루와 굵은 소금을 훌훌 뿌려 바락바락 주물러 씻는다. 까만물이 흐르고 거품이 생기는데 이게 다 없어질 때까지 주무르고 씻는 것을 반복해야 한다. 잘 씻은 것은 바글바글 끓인 물에 데쳐낸다. 살은 오랜시간 데치면 질겨지니 붉어지고 오그라들면 바로 건지고 알은 단단해 질 때까지 조금 더 기다린다. 주꾸미와 삼겹살을 함께 볶는 쭈삼볶음에서도 마찬가지다. 주꾸미와 삼겹살을 동시에 굽기 시작하면 꼭 주꾸미는 먼저 건져서 먹어야 한다. 삼겹살과 함께 먹을 생각으로 삼겹살이 바짝 익을 때 까지 기다렸다가는 질기고 퍽퍽해진 주꾸미만 남게 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해군들은 시력회복을 위해 주꾸미 달인 물을 먹었다. 타우린의 섭취를 위해서였다. 주꾸미는 연체류 중에서도 타우린 함량이 가장 높다. 때문에 간의 작용에 도움을 주고 신진대사를 왕성하게 하며 근육의 피로회복에도 효과적이므로 봄철의 보양식으로 제격이다. 필수 아미노산을 충분히 섭취하기에도 좋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어 주므로 성인병예방에 도움이 된다.

지난 달 부터 군산, 서천, 보령, 김포에서 주꾸미 축제가 줄줄이 열렸다. 이제 남은 것은 태안 몽산포항의 쭈꾸미 축제. 5월 3일 까지 계속되는데 특히 이번 주말에는 어살, 갯벌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으니 봄철 주꾸미 맛도 볼겸 나들이 한번 나가보는 건 어떨까.(http://www.mongsanpo.net/jjugumi)

김은아 칼럼니스트 eunahstyl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