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it style] 외출복으로 진화한 아웃도어 패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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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독일 뮌헨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아웃도어 의류 박람회의 캐치프레이즈다. 이 분야 전문 잡지 ‘아웃도어’는 3월 호 기사에서 “하이테크·라이프스타일·캐주얼 등 여러 컨셉트의 의류를 선보인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이제 브랜드 내에서도 라인을 분명히 구분할 만큼 다양해졌다”고 전했다. 아웃도어 의류에는 좀처럼 쓰이지 않던 니트 종류도 흔히 응용될 만큼 아웃도어 브랜드가 폭 넓게 전개되고 있으며, 매장 역시 더 이상 ‘등산복 파는 곳’에 머물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주부 이우경(38)씨는 등산 매니어가 아니지만 올봄·여름옷을 장만하기 위해 아웃도어 브랜드 매장에 들렀다. 이씨가 기존의 패션 브랜드 대신 아웃도어 의류 매장을 선택한 이유는 이렇다. “등산복만 있는 게 아니에요. 트렌치코트도 아웃도어 브랜드가 왠지 더 좋아 보여요. 스타일도 좋은 데다, 더 튼튼하고 오래갈 것 같다는 소재에 대한 믿음이 있거든요.”


이씨와 비슷한 이유로 아웃도어 브랜드를 찾는 사람이 늘면서 이 시장은 최근 빠르게 성장 중이다. 지난해 매출 4000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아웃도어 시장 1위를 차지한 ‘노스페이스’의 김철주 전무는 “실용적인 아웃도어 의류에 캐주얼한 디자인이 접목되면서 고객들도 이제는 아웃도어 의류를 언제 어느 때나 입을 수 있는 옷으로 여기게 됐다”며 시장 성장의 이유를 분석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2005년 1조원 규모였던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지난해 1조8000억원 규모로 커졌다. 신세계백화점엔 2006년 5개뿐이던 아웃도어 브랜드가 올해 10개로 늘었다. 지난해 9월엔 ‘하이어53529’라는 아웃도어 전문 편집 숍을 내고 기존 브랜드 외에 해외 직수입 브랜드 10여 개를 더 들여와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 이 백화점의 2007년 아웃도어 의류 매출은 전년에 비해 20.2% 늘었고, 지난해엔 14.3% 증가했다. 올해 역시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아웃도어 브랜드 담당 이경무 바이어는 “등산용품 중심이던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패션성이 가미된 활동 의류 중심으로 컨셉트를 바꾸고 있다”며 “앞으로도 아웃도어 의류는 캐주얼 의류 시장의 일부를 잠식하며 매년 10% 정도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용성과 스타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요즘의 아웃도어 브랜드 매장엔 없는 게 없다. 다양한 색상과 화려한 프린트의 피케셔츠, 모자가 달린 ‘후드 티셔츠’ 종류가 훨씬 많아진 것은 물론이다. 전형적인 등산용 점퍼에서 벗어나 평상시 외출용으로 입을 만한 트렌치코트류의 가짓수도 늘었다. 일부 아웃도어 브랜드에서는 청바지까지 내놓고 있다. 아침·저녁 운동용으로 입을 만한 의류도 많아져 기존 스포츠웨어와는 또 다른 경쟁 중이다.

등산복과 일상복을 겸할 수 있는 예로는 홑겹 바람막이 점퍼가 대표적이다. 핑크색이나 형광연두색처럼 색상은 등산복만큼 화려하지만 지퍼나 봉제선 등은 최소한으로 줄여 깔끔하게 디자인한 것이 장점이다. 필요한 기능을 상황에 따라 탈·부착할 수 있도록 한 편의성도 고객들이 인정하는 멀티 아웃도어로서의 장점이다. 예를 들어 대개의 아웃도어 브랜드 외투에는 모자가 달려 있다. 모자가 산행에서 쓰임이 많기 때문이다. 일상복으로 연출할 때는 모자를 떼고, 등산할 때만 모자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 디자인이 눈에 많이 띈다.

글=강승민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촬영협조=정우철(모델·더모델즈), 김미선(모델·에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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