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문 회사 돈, 다시 노건호에게 유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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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처남인 권기문(55)씨가 미국 실리콘밸리의 회사에 투자한 돈이 다시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36·사진)씨에게 유입된 정황이 포착됐다. 대검 중수부 관계자는 22일 “권씨가 지난해 미국 팔브릿지의 전환사채(CB) 2만~3만 달러어치를 인수한 사실이 확인돼 출처를 파악하기 위해 권씨 관련 계좌를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권씨의 투자금은 회사로 들어가지 않고 건호씨에게 전달됐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검찰은 건호씨가 투자 형식을 빌려 일부 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게 아닌지를 의심하고 있다. 팔브릿지는 건호씨가 실소유주란 의심을 받고 있는 한국 벤처기업 오르고스의 미국 법인이다.

검찰은 건호씨가 이 회사에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돈 500만 달러 중 25만 달러를 투자해 오르고스의 지분을 우회적으로 소유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검찰은 건호씨를 최근 다섯 차례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국내외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결정을 직접 하는 등 500만 달러의 운용에 관여했다”는 시인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건호씨는 2007년 말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MBA)에 재학하던 중 국내 한 인터넷 기업의 임원이던 정모(40)씨를 지인의 소개로 만났다고 한다. 정씨는 같은 해 9월 당시 정보통신부 주최 IT벤처창업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건호씨는 정씨가 한국 지사인 오르고스(자본금 5000만원)와 미국 현지 법인인 팔브릿지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창업비용 수천만원을 댔다고 한다. 지난해 5월에는 박연차 회장에게서 받은 500만 달러로 설립한 투자회사 엘리쉬&파트너스를 통해 다시 25만 달러를 팔브릿지에 투자했다. 같은 무렵 외삼촌 권기문씨도 건호씨의 부탁을 받고 고향 후배 기업인 이모씨의 돈 2억원을 팔브릿지에 투자했다. 팔브릿지는 이 같은 투자금 가운데 1억원을 지난해 8~9월 한국 지사 오르고스의 증자 대금으로 납입해 지분 67.7%를 확보했다. 건호씨가 엘리쉬&파트너스-팔브릿지를 통해 오르고스를 소유하게 됐다는 의미다.

건호씨는 자본금 외에 소프트웨어 개발비용 등 이 회사의 운영자금 대부분을 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권기문씨가 후배 기업인 돈 외의 다른 자금도 팔브릿지에 투자한 것으로 파악돼 개인 자금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건호씨의 투자 업체에 외삼촌인 권기문씨가 투자하는 과정에 노 전 대통령이 관련됐는지 여부를 알아보고 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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