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월드컵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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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제6회 노숙자 월드컵 대회에서 우승한 아프가니스탄 선수들이 우승컵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출처=노숙자 월드컵 홈페이지]

“축구를 통해 가난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믿어요.”

노숙인 월드컵의 설립자이자 대표인 멜 영은 “세계에서 가장 축구에 관심이 많은 나라에서 7회 대회를 치르게 돼 기쁘다”며 노숙인 월드컵 홈페이지(www.homelessworldcup.org)에서 이렇게 말했다. 영은 또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축구의 엄청난 힘을 보여줄 기회”라며 이번 대회에 대한 기대를 표시했다.

2009년 노숙인 월드컵이 9월 6~13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뉴욕 타임스(NYT)가 21일 전했다. 2003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는 노숙인 월드컵은 노숙인들에게 희망을 주고 사회와의 유대를 강화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대회에 참가하려면 집을 잃었거나 노숙 또는 보호시설에 수용된 경험이 있는 16세 이상의 남녀여야 한다. 축구 실력은 중요하지 않다. 노숙인들은 골키퍼를 포함해 4명의 선수로 한 팀을 이룬다. 올해 대회는 48개국에서 500명의 선수가 참가할 예정이다. 141명이 참가한 첫 대회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우리나라는 참가한 적이 없다. 풀뿌리 방식의 자원봉사 활동은 대회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는 비결이다. 자원봉사자들은 각국 주요 도시에서 노숙인들을 만나 축구장으로 끌어들인다. 나이키 등 스폰서 회사의 지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설립자 영은 “노숙인 월드컵에 참가한 선수 중 70%가 대회가 끝난 후 인생을 바꿨고, 마약과 술에 중독된 노숙인들이 직업을 찾고 안정을 되찾았다”고 밝혔다. 2007년 대회에 참석한 웨일스 출신 아론 크리스 심스는 “노숙인 월드컵에 참가한 이후 안정을 되찾고 교육받을 용기가 생겨 지금은 트럭 운전 교육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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