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코엑스 독주에 브레이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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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전시.컨벤션 산업은 선진경제 도약을 위해 매우 중요한 만큼 국가전략 산업으로 키워나갈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내 최대 규모의 한국국제전시장(KINTEX. Korea International Exhibition Center) 개장식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수도권을 동북아의 경제 허브, 국제적인 비즈니스 중심 도시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전시 산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 2005 서울모터쇼 개막 이틀째인 1일 경기도 고양시 한국국제전시장(KINTEX)에 많은 관람객들이 몰렸다. [연합]

◆잇따라 문여는 국내 전시장=경기도 고양시에 전시면적 5만3541㎡(1만6000평) 규모의 킨텍스가 문을 열면서 국내 전시산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기존에 3만㎡를 넘는 전시장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COEX)와 부산 벡스코(BEXCO) 등 두 곳에 불과했다. 수도권 내의 유일한 대형 전시장이었던 코엑스의 독주체제는 막을 내리고, 코엑스-킨텍스 간에 치열한 경합이 펼쳐지게 됐다. 킨텍스는 올해 열릴 서울모터쇼.경향하우징페어.한국전자전.한국기계전 등 국내 4대 대형 전시회(면적 기준)를 이미 싹쓸이했다. 특히 킨텍스에는 KOTRA가 30% 지분을 가진 운영권자로 참여, 코엑스 지분을 100% 보유한 무역협회와 무역단체 라이벌로서의 자존심 대결도 벌이고 있다. 여기다 현재 광주시와 창원시도 곧 1만㎡급 전시장을 열 계획이며, 서울 상암동과 송도 신도시에도 전시장이 건립될 예정이다.

◆외국은 전시산업 전쟁 중=걸음마 단계인 한국과는 달리 외국은 이미 경쟁적으로 전시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관광.소매.상품홍보 등 엄청난 파급효과가 있는데다, 고용 창출 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전시산업의 역사가 가장 긴 독일의 경우 세빗(Cebit)을 비롯한 세계적인 유명 전시회를 많이 유치하고 있다. 미국도 국제가전전시회(CES).북미종합기계전 등 간판 전시회를 라스베이거스.시카고 등에 유치해 지역 경기 활성화 효과를 얻고 있다. 중국은 최근 전시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다. 크기로 아시아 1위인 광저우 국제회의 전람중심(면적 28만6000㎡)을 가지고 있는 중국은 2010년 상하이 엑스포를 위해 현재 12만5000㎡인 상하이 국제박람중심을 20만㎡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유명 전시회 유치가 시급=국내 전시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세계적인 브랜드를 가진 전시회가 없어 매번 '동네 잔치'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열린 365개 전시회 중 국제규모(2만㎡)의 전시회는 19개에 불과했다. 전체 전시회에 외국 업체가 출품한 비율은 29%에 그쳤고, 해외 바이어 참가율은 3%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의도대로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0.07% 수준인 전시 산업을 1%대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유명 전시회를 기획하고 정부가 이를 지원해줘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는 입을 모았다. 이병태 코엑스 전시마케팅 팀장은 "전시장운영 업체와 전시 기획 업체에도 제조업에 준하는 조세 혜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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