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동네수퍼 가듯 … 인터넷 쇼핑몰도 사람 냄새 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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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아고라 같은 인터넷 게시판에선 추종자를 거느린 사이버 문필가가 가끔 있다. 하지만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가 이런 추종 세력을 두기는 쉽지 않다.

인터파크(www.interpark.com) 영업기획파트 안정준(33·사진) 과장은 골수 팬을 거느린 쇼핑몰 운영자다. 인터파크 대표 코너인 ‘모닝커피’를 운영하고 있는 그를 네티즌은 ‘친절한 영자(운영자의 준말)씨’ ‘귀여운 영자 언니’ ‘지름신(갑자기 솟는 구매욕을 일컫는 네티즌 용어) 영매’ 같은 별명으로 부른다. 모닝커피는 하루에 한 가지 상품을 24시간 동안만 한정 수량으로 최고 90%까지 할인 판매하는 코너. 이 한 코너의 방문객 수는 인터파크 전체 13개 코너 방문자의 27%에 이른다. 페이지뷰도 인터파크 13개 코너 중 31%를 차지한다. 이 코너에 상품이 올라가면 다른 코너에 게시될 때보다 판매량이 껑충 뛰는 것은 물론이다.

이 코너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디지털적 공간에 아날로그적 푸근함을 불어넣었다는 점. 지난해 11월 방문자가 줄어 문 닫을 위기에 처한 코너를 맡은 안 과장은 거의 모든 고객의 상품평이나 불만에 일일이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사람 냄새 나는 코너’를 만들어 보자는 의도에서였다. 상품을 직접 써본 뒤 평을 올리기도 했고, 상품에 대한 나름대로의 팁도 제공했다. 그림을 팔면서 “스페셜하게 센스 있는 데코 방법으론 바닥에 그림을 내려놓는 방법도 있어요”라는 조언을 해주는 식이다.

“새벽에 근무하시나 봐요? 거의 매번 이 시간에 들어오시네요. 힘드시겠어요. 여자 친구분은 잘 계신가요?” 등 고객 하나하나에 대해 세심하고 친절한 관심도 표한다. “이 물건 사용하기, 참 쉽죠~잉” “싼 거 찾느라고 니들이 고생이 많다” 식으로 인기 개그 프로그램의 유행어도 적절히 구사한다. 이 때문에 “영자님 글이 너무 재미있다”며 그의 댓글을 읽기 위해 방문한다는 네티즌도 생겨났다.

안 과장은 “단골들의 ID만 척 보면 언제 왜 무엇을 샀는지 떠올라 그에 맞게 댓글을 단다”고 말했다. 단골들의 ID는 틈나는 대로 외워 둔다.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검색해 낼 수도 있지만 동네 단골 수퍼 주인이 물건 파는 자세로 고객을 대하고 싶어 굳이 외우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동네 구멍가게가 대형 할인점보다 싸지 않아도 자꾸 가게 되는 건 단골을 챙겨 주는 친절함 때문입니다. 인터넷에서도 단골 구멍가게 주인 같은 자세를 지닌다면 손님을 모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그는 모닝커피 코너를 운영하면서 회사 영업실적 관리와 새로운 전략 카테고리 개발 업무도 하고 있다. 그의 포부는 공산품에 비해 온라인에서는 팔기 힘든 식품류, 특히 수산물을 팔아 대박을 터뜨리는 것이다. 안 과장은 “새벽 시장에서 펄떡펄떡 뛰는 생선을 떼다가 파는 수산물 코너를 2분기 중 개설하려고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고 말했다.

글=최지영,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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