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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쏘나타 실패’서 배웠다 … 현대차, 중국서 질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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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뉴스 분석올 1분기 현대자동차의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가 깜짝 놀랄 실적을 냈다. 10만9072대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49% 신장해 중국 전체 판매 순위 4위에 올랐다. 중국 시장이 이 기간 중 7% 증가한 것에 비하면 대단한 실적이다. 중국 정부가 1월부터 1600㏄ 이하 소형차를 구입할 때 세금을 감면(10→5%)해 주는 내수 부양정책이 큰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다. 베이징현대가 생산한 6개 모델 중 4개가 세금 혜택을 받는다. 현대차의 지난해 총판매량 중 중국 시장 판매는 11%를 차지했다. 이는 내수 21%, 미국 14%에 이어 셋째로 큰 시장이다.

현지 시장에서 경쟁 업체인 일본의 이치도요타는 1분기에 6만5015대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31.6% 감소했다. 광저우혼다도 7만2645대로 소폭(2%) 증가했다. 소형차에 강한 둥펑닛산만 전년 대비 29% 늘어난 9만5834대를 팔아 베이징현대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일본 업체들 앞질러=베이징현대는 당초 자동차 중심지인 상하이 부근 연안 지역에 판매망을 확보하려고 했다. 그러나 대리점 하나 개설에 50억원 이상 들어가자 내륙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내륙은 자동차 보급의 불모지로 도로망이 낙후돼 탁송이나 부품 물류에서 어려움이 크다. 또 이 지역은 소득이 적어 이익이 많이 나는 중대형차보다는 소형차 수요가 커 도요타·혼다 등 일본 업체들은 등한시해 왔다.

이런 전략에 따라 베이징현대는 난징·우한·쑤저우·청두 등 중소 도시의 영업을 강화했다. 지난해에만 38개 중소 도시에 진출했다. 이런 전략 수정에다 때맞춰 나온 중국 정부의 소형차 감세 정책이 맞아떨어졌다. 베이징현대는 올해도 30개 이상 중소 도시에 딜러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20일 상하이모터쇼에서 “지금까지 대도시 위주 영업에서 내륙 지역 수요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백효흠 판매본부장(부사장)도 “중국 내륙은 물류와 금융 측면에서 불리하지만 잠재력은 연안보다 더 크다”며 “중소도시를 적극 공략해 올해 40만 대 이상 팔겠다”고 말한다.

◆실패에서 얻은 교훈=중국 시장에서 성공한 일등 공신은 지난해 4월 출시된 아반떼HD의 중국형 모델인 위에둥이다. 1분기에만 4만6646대가 팔려 전체 베이징현대 판매 대수의 43%를 차지했다. 1600㏄ 소형 엔진을 달았지만 번쩍거리는 크롬 장식을 여기저기 덧대고 보석 느낌이 나는 후면등을 달아 화려하게 했다. 뒷좌석 공간도 크게 해 사장님 차로 쓸 수 있게 했다.

이런 성공에는 NF쏘나타 실패의 교훈이 작용했다. 중국에선 중형차라도 대부분 기사를 두고 타는 사장님 차다. 뒷좌석 에어컨은 기본에다 외관이 커 보이는 디자인이나 눈에 띄는 크롬 장식을 좋아한다. 그런데 현대차는 2006년에 한국시장에서 팔던 NF쏘나타를 그대로 중국에 내놨다가 낭패를 봤다. 월 판매가 1000대를 밑돌았다. 올해 1분기 역시 2904대를 팔았을 뿐이다. 비슷한 때 출시된 도요타 캠리는 중국 현지에 맞게 개발해 뒷좌석 에어컨을 달고 외관 가장자리에도 크롬을 둘러 호화롭게 했다. 그 결과 월평균 1만 대 이상 팔아 대박이 났다.

베이징현대 안봉헌 기술센터 이사는 “NF쏘나타 실패를 거울삼아 중국형으로 개량한 위에둥과 쏘나타가 품질과 상품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게 호실적의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하지만 낙관은 이르다. 이달부터 경쟁사들의 반격이 만만치 않다. 지난 2년간 베이징현대를 눌렀던 이치도요타가 이달부터 위에둥과 경쟁하는 코롤라를 10% 이상 할인 판매했다. 광저우혼다나 둥펑닛산도 할인에 나서고 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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