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아시아 각국, 외환위기에 관광 자제 캠페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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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 각국이 외환보유고를 높이기 위해 국민들에게 해외여행 자제를 호소하고 나섰다.

해외여행을 억제하기 위해 공항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태국관광청의 팟퐁 대변인은 "지금 해외여행을 하면 과거보다 두 배의 달러가 든다" 며 "국민들 스스로 해외여행을 자제하고 있다" 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이미 여권수수료를 종류에 따라 3백~6백링깃씩 인상했다.

인도네시아도 해외 쇼핑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하며 국산품 홍보에 나섰다.

한국에서는 해외여행을 하는 것이 수치스러운 일로 여겨질 만큼 전국적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항공사의 승무원들이 공항에서 해외여행을 자제하자는 캠페인을 벌일 정도다.

그러나 이런 정책들이 외환위기를 벗어나는데 도움이 될 지는 미지수다.

자국 국민의 해외여행을 제한하면서 외국인 관광객을 최대한 유치하겠다는 보호주의정책의 효과에 대한 부정적 견해도 많다.

해외여행을 억제할 경우 항공편이 줄고 여행사의 폐업이 속출해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유치도 동시에 줄어든다.

수출 증대를 위해 수입이 반드시 필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아시아 각국의 통화가치가 동시에 폭락하고 있다는 점을 상호간의 관광객 교환이 더 필요하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아시아 국가들간의 통화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상태여서 역내 관광객 교류가 각국의 관광산업 위축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아시아 경제위기가 이 지역의 관광자유화를 후퇴시킬 핑계거리를 제공하고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티즈 무크빌 세계관광협회 (WTTC) 동남아 지부장은 "80년대 중반의 관광업 보호주의는 각국의 관광산업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교훈을 기억해야 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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