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박지성 유니폼을 입으면 내가 산소탱크 된 느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5면

축구 유니폼 매니어 이상화씨가 그동안 수집한 유니폼 200장 앞에서 즐거워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축구 국가대표팀 서포터스 ‘붉은 악마’에서 활동하다 인생의 반쪽을 찾은 정재신(30·경기도 안산시)씨는 국가대표팀 유니폼과 머플러 차림으로 웨딩 사진을 찍었다. 정씨는 “다른 커플룩보다 특별한 것 같다. 유니폼이 우리를 맺어준 거니까”라고 말했다.

축구 유니폼을 수집하고 착용하는 ‘유니폼 매니어’가 늘어나면서 유니폼이 패션으로 진화하고 있다. 축구장에서는 물론 일상에서 유니폼을 입은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은 “좋아하는 선수나 팀의 유니폼을 입으면 그들과 함께 호흡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좋아해 2000년대 유니폼을 거의 다 모았다는 김우진(27·서울 삼성동)씨는 “단순히 유니폼을 입는 것이 아니라 맨유를 입고 그들과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물론 단순히 축구 유니폼이 화려하고 예뻐서 좋아하는 매니어도 적지 않다.

국내에서 유니폼이 패션 아이템으로 대중화한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부터다. 당시 대규모 길거리 응원이 이어지며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나이키 코리아의 관계자는 “월드컵 이후에도 4강 쾌거를 기념하기 위해 대표팀 유니폼을 찾는 소비자가 꾸준히 있었다”며 “당시 20만 장 넘게 팔렸다”고 밝혔다.

이들이 구입하는 유니폼은 ‘레플리카’라고 부르는 복제품이 대부분이다. 온라인 카페인 ‘레플리카 매니아스(cafe.daum.net/replicamanias)’에는 3만 명이 넘는 회원이 활동 중이고 숫자는 계속 늘고 있다. 카페 사진방에는 아이 돌잔치에 온 가족이 레플리카를 입고 찍은 사진이나 애완견에 수선한 레플리카를 입혀 함께 찍은 사진 등이 올라와 있다.

레플리카에 선수 이름과 등번호를 새겨주는 전문 업체도 등장했다. 페널티킥스포츠의 김강배(35) 사장은 “단골 중에는 한 선수의 모든 유니폼을 모으는 분도 있다. 한 번은 선수 이름의 좌우 여백이 1㎜ 정도 차이가 난다며 항의를 해 곤욕을 치른 적도 있다”고 말했다.

레플리카 시장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결승과 내년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또 한번 호황을 노리고 있다. 나이키의 관계자는 “유니폼 이외에 해외 유명 클럽 이름이나 로고가 찍힌 티셔츠, 재킷류까지 포함하면 국내 축구 레플리카 시장 규모는 6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정찬 인턴기자, 사진=김민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