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해찬 총리, 노사문제 제대로 짚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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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해찬 국무총리가 최근의 노동운동에 대해 "쟁의 양상이 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엊그제 한 초청 특강에서 "지금의 노사 현장은 1970년대나 80년대와 비교하면 이익분쟁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행동이나 주장이 걸맞아야지 그렇지 못하면 국민의 공감대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동자의 편'으로 알려진 참여정부 신임 총리의 이날 발언은 이례적이다. "노노 간 소득격차 해소를 위해 고임금자의 임금 인상 자제 또는 동결이 바람직하다"는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에 이은 이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이제 그들도 노사 문제의 현실을 제대로 보기 시작했구나 하는 기대를 갖게 하는 바람직한 변화다.

노동계의 행태는 분명 도를 넘어서고 있다. '연봉 6000만원을 받는' 대기업 노조원들이 이도 모자란다며 임금 인상을 위해 파업을 벌인다. 한미은행의 경우 인수은행 측에서 '인원 감축은 없다'고 약속했는데도 '현직 유지' 등을 요구하며 일주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다. 그뿐인가. 경영 참여에다'파병 철회'를 요구하며 파업을 위협하는 이해 못할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일부 대기업 '귀족 노조'의 이런 행태는 임금이나 처우 개선의 수준을 넘어 내 몫 챙기기를 위한 억지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전체 노동자의 11.6%에 불과한 노조원들이 노동계, 나아가 한국 경제 전반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말 보호받아야 할 수많은 중소기업 근로자와 1200만원 이하의 비정규직 노동자, '청년 백수'들의 고통이 더하고 있다.

노동 운동은 달라져야 한다. 대기업 노조들은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더 이상의 무리는 용납하지 않는 극한 상황에 왔음을 그들은 깨달아야 한다. 정부도 직장 강제점거 등 불법행위에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처해 질서를 회복해야 한다. '과격'으로 낙인 찍힌 노사 관계가 바뀌지 않으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어둡다. 민생 안정, 경기 회복도 노사 안정과 무관치 않다. 그 변화는 대기업 노조에서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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