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안익태 선생 외손자 英 연주회서 인사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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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 1일 런던에서 열린 코리아 판타지 연주회에 참석한 안익태 선생의 부인 로리타 안(88.(左))여사와 외손자 미구엘 익태 안(27).

1일 밤(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남서쪽 크로이돈에서 지휘자 유병윤씨가 이끄는 템스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가 '한국환상곡(코리아 판타지)'연주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작곡자인 안익태 선생의 가족이 모두 모습을 드러냈다. 부인 로리타 안(88)여사가 노구를 이끌고 스페인에서 날아왔다. 아들과 딸, 그리고 사위와 외손자까지 데리고 왔다. 외손자 미구엘 익태 안(27)이 가족을 대표해 인사했다.

미구엘은 할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에서 그의 이름을 몽땅 자신의 이름으로 만들었다. 부계 성(姓)인 '기옌' 대신 '안(安)'을 첫번째 성으로 삼았다. 스페인 변호사인 그는 할아버지 나라를 배우기 위해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한국학 석사과정에 다니고 있다. 한국 여자와 결혼하고 싶다고 한다. 한국말이 서툴지만 대강의 의사소통은 가능하다.

그가 무대에 올라 비교적 또렷한 발음으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자 객석에서 "오!"하는 환성이 터졌다.

"(영어로) 할아버지를 뵌 적이 없지만 그의 음악은 나의 가슴을 두드립니다. 그분이 그리고자 했던 나라의 국민인 여러분도 모두 같은 감동을 느끼리라 생각합니다."

첫머리 관현악의 나즈막한 울림과 호른의 서정적인 흐름이 고향 마을의 아침을 연상케 했다. 일제 치하를 상징하는 무거운 진혼의 멜로디가 끝나고 마침내 광복의 기쁨이 분출되는 대목에 이르러 혼성 합창단의 장엄한 코러스가 시작됐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안익태 선생이 이국을 전전하면서 조국을 그리며 떠올렸던 선율들이 70년의 세월을 넘어 가슴에 와닿았다. 연주가 끝난 뒤 기립박수가 오래 이어졌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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