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 조화 이루는 효가 최고의 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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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효(孝) 정신은 종교·이념·시간을 뛰어넘는 가치다. 부모를 공경하는 효 정신을 생활 속에서 적극 실천해야 중국도 조화로운 사회가 실현될 것이다.”

한국인 원로 목사가 17일 베이징(北京)사범대학과 인민대학에서 중국의 내로라하는 철학 전공 석·박사와 교수들을 상대로 이렇게 강연을 했다. 동양에서 효의 원조를 자처해온 중국에서 한국인이, 성리학자도 아닌 목사가 현지 철학 전공자들을 상대로 한국의 효 사상을 강의하는 진기한 풍경이었다.


중국 인민대 철학원에 세워진 공자 동상앞에 선 최성규 총장.

주인공은 인천에 있는 ‘성산(聖山) 효 대학원대학교’의 최성규(68) 총장. 31년간 목회 활동을 해왔고 지금도 순복음인천교회 담임목사다.

특히 한국 개신교의 보수와 진보를 각각 대변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회장과 한국기독교회협의회(KNCC) 회장을 모두 지내 교계 안팎에서 지명도가 높다. 대학원대학교는 학사 과정 없이 석·박사 과정만 있는 대학을 말한다.

한국 교회의 해외 선교에 신경을 곤두세워온 중국에서 한국 개신교계의 유력 인사가 초청받은 것도 하나의 ‘사건’이다. 최 총장은 “유교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중국이 한국에서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효 사상을 주목한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날 중국의 두 대학에서 각각 2시간씩 진행된 강연에서 최 총장은 “효가 희망”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지금 세상 사람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논하고 있지만 진정한 위기는 경제위기가 아니라 정신 문명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좋은 게 좋은 게 아니라, 옳고 선한 게 좋은 것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총장은 효의 영어식 발음 표기(HYO)를 ‘노장의 조화(Harmony of Young & Old)’로 독특하게 풀어 중국 학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삼통칠행(三通七行)으로 요약되는 최 총장의 효 이론의 핵심은 ‘효=하모니(조화)’이다. 그러므로 효를 실천하면 가정·사회·국가·세계·자연이 모두 조화로워진다는 것이다.

목회자인 최 총장이 효의 가치에 새롭게 눈뜬 계기는 1995년 6월 삼풍 백화점 참사였다. “당시 기적적으로 생환한 세 명의 젊은이들이 모두 효자였다는 공통점을 확인하고 왜 그들이 죽음의 문턱에서 왜 복을 받았는지 의문이 풀렸어요.”

이 무렵 최 총장은 신약성서(디모데 전서 5장4절)에 등장하는 ‘부모 공경(filial piety)’이란 말이 바로 효를 가리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때부터 효 사상을 새로운 각도로 연구하고 효 실천 운동을 적극 전개했다. 97년에는 성산 효 대학원대학교를 설립했고, 2007년에는 ‘효행 장려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는 데 역할을 했다.

최 총장이 주도한 한국효운동단체총연합회의 ‘효 비전 선언문’은 18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 1회 중국 효 문화 포럼’에서 공식 소개됐다. 그는 “김치·태권도에 이어 효를 한국의 또 다른 브랜드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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