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 토요 아트페스티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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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 토요 아트페스티벌
힙합·장기자랑…주민들 얼쑤~

토요일 저녁 6시 노원역 문화의 거리 도심의 회색빛 건물이 길게 늘어진 태양빛에 빨갛게 물들고 색색의 네온이 거리를 비추기 시작한다. '징…' 거리 한복판에서 갑자기 울려 퍼지는 전자음. 이어지는 사람들의 박수소리와 환호성. 거리 축제의 시작이다. 지난 11일 열린 아트페스티벌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프리미엄 김지혁기자mytfact@joongang.co.kr

“우리 동네가 자랑스러워요. 다른 동네에 사는 친구들과 함께 왔는데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몰라요. 거의 매주 토요일마다 여기 오는데 너무 재미있어요.”
 
지난 11일 저녁 친구 5명과 함께 노원역 문화의 거리를 찾은 이미경(16·상계동)양.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는데 자세히 보니 케익이다. 이날 자신의 생일잔치를 아트페스티벌에서 열기로 한 것. 친구들이 거리 한가운데서 생일잔치를 어떻게 하냐며 가기 싫다는 데도 억지로 끌고 온 그였다. 이양은 “이렇게 생일잔치를 하는게 평생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며 “함께 온 친구들이 자기 생일도 이렇게 해 달라고 벌써부터 난리”라고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매주 토요일 오후 6시만 되면 노원역 문화의 거리는 사람들로 술렁인다. ‘젊음의 에너지를 맘껏 누리라’는 취지로 열리는 ‘아트 페스티벌’ 때문. 올해로 3년째를 맞고 있는 이 행사는3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된다.

인기 연예인을 비롯해 지역민 장기자랑 중 선발된 ‘우리동네 최고’ 팀 등이 출연해 관람객의 흥을 돋운다. 야외무대에서 열리는 본 행사는 오후 7시에 시작하지만 한 시간 전부터 진행되는 삐에로 저글링, 거리악사, 마임 등 식전행사부터 이미 사람들로 북적댄다. 이날만큼은 차량을 통제해 자유롭게 거리를 걸으며 가로등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행사음악을 어디서든 들을 수 있다. 스태츄 마임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김한영(6·상계동)양은“구리 동상이 갑자기 움직여서 깜짝 놀랐어요. 얼굴은 못생겼는데 웃으니까 재미있어요”라며 신기해한다. 옆에서 김양의 손을 놓지 않고 연신 다정한 설명을 곁들이는 아빠 김영식(37)씨도 들떠 있긴 마찬가지. “요즘 날씨가 너무 좋아 가족 나들이를 나왔는데 너무 좋네요. 집 가까운 곳에 이렇게 문화를 즐길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참 좋습니다.”
 
시민 장기자랑 시간에 아내와 무대에 올라가 노래와 춤을 선보인 적 있다는 박광용(60·상계동)씨는 “이런 행사가 아니면 우리처럼 노인네가 젊은이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있겠느냐”며 즐거워했다. 이날 ‘우리 동네 최고’ 순서에 출연한 고교 힙합동아리 ‘A+’의 이규성(미래산업고 2)군은 “학교 행사를 제외하고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공연한 게 긴장도 되지만너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트페스티벌을 즐겁게만 볼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야외무대 인근에서 20년 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조인철(61)씨는 “행사 때문에 주말 매출이 오히려 줄고 있다”며 “행사 끝나는 시간이 밤 9시인데 가족단위 관람객은 그대로 집에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 장사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울상을 지었다. 또 다른 식당 주인 한승철(35)씨 역시 “이곳이 일반 식당가가 아니라 유흥가이기 때문에 가족단위 손님이 즐길 곳이 마땅치 않다”며“공간이 너무 협소해 지나가는 손님에게 오히려 해를 끼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노원역 주변 상가 연합에서는 이 문제로 구청 측에공연장 이전을 위한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묵묵부답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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