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환율·금리로 속앓이…98년 경영계획 수립에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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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내년 경영전략을 어떻게 짜야 하나. ' 국내 유통업체및 유통관련 대기업들이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불황이 깊어지는 가운데 환율.금리 전망이 워낙 불투명해 아직 내년에 점포를 얼마나 내야 할지, 또 매출목표를 얼마로 잡아야 할지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저성장.소비심리 위축으로 매출전망이 어두운데다 금리가 20%에 이르는 상황이라 어떻게 계획을 짜야할지 모르겠다" 면서 "게다가 외국업체들은 국내기업보다 3분의 1이하 수준의 금리로 조달한 자금과 환차익을 무기로 국내시장을 더욱 거세게 공략할 것으로 예상돼 걱정이다" 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 신년계획을 내년초에나 확정하겠다는 분위기 속에서,점포 출점계획을 취소하는등 투자를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일단 내년 1월말까지 긴축경영팀을 한시적으로 운영키로 했다.

또 오는 2000년까지 대전.창원.전주.인천.울산.부산에 백화점을 세우려던 계획을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미 착공한 백화점 (광주.일산점) 과 할인점 (울산.서울강변점) 은 내년에 예정대로 개점하되 나머지는 일정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신세계는 당초 내년에 백화점 2개, 할인점 E마트 6개, 프라이스클럽 1개등 모두 9개 점포를 개점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수정여부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유통은 이미 할인점 한화마트 원주점 계획을 포기했고 10개 이상의 슈퍼마켓을 내려던 계획을 절반이하로 축소할 방침이다.

또 갤러리아 잠실점을 할인점으로 전환하려던 구상을 전면 유보했고 대전 둔산지역 백화점부지 매입도 포기했다.

LG는 내년 4월초 개점할 구리점외에 나머지 점포는 계획 자체를 세우지 못하고 있다.

현대는 미아.목동.춘천점 출점 계획을 다시 짜고 있는가 하면 할인점 (H마트).창고형 도소매점 (H클럽) 진출계획은 골격 자체도 못잡은 상태다.

이런 사정은 최근 유통업계에 잇따라 진출한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삼성물산은 삼성플라자 서울 강남.도곡점 개점계획을 사실상 백지화했고 할인점 홈플러스도 2000년까지 7개 열려던 계획을 축소 조정중이다.

패션전문점 유투존을 한두군데 더 열려던 계획도 취소했다.

지난달 마산백화점으로 유통업에 첫 진출한 대우그룹은 내년 상반기중 하이퍼마켓 1호점 (서울면목동) 과 하반기중 2호점 (청주) 을 각각 오픈하려던 계획의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아그룹은 동아건설의 아파트단지 건설과 병행해 할인점을 10여개 진출시킨다는 계획을 마련했다가 대폭 축소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내년 6월 착공할 천안민자역사 쇼핑센터도 좀더 두고 보자는 입장이다.

이종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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