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칼럼] 고사성어로 배우는 재테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예전부터 내려오는 고사성어에 삼인성호 三人成虎라는 표현이 있다. 그 의미는 세 사람이 호랑이를 이루다. 혹은 거짓도 반복하면 진실이 된다 라는 뜻으로 세 사람이 똑같이 시장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말하면 호랑이가 나타난 것으로 믿게 된다는 것이다.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면 무슨 일이나 다 할 수 있다. 여러 사람이 떠들면 소문 낸 것이 무섭다 라는 비슷한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전국 시대, 위나라 혜왕(惠王) 때의 일이다. 태자와 중신 방총이 볼모로서 조나라의 도읍 한단으로 가게 되었다. 출발을 며칠 앞둔 어느 날, 방총이 심각한 얼굴로 혜왕에게 이렇게 물었다.

"전하, 지금 누가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한다면 전하께서는 믿으시겠나이까?"
"누가 그런 말을 믿겠소."

"하오면, 두 사람이 똑같이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한다면 어찌하시겠나이까?"
"역시 믿지 않을 것이오."

"만약, 세 사람이 똑같이 아뢴다면 그땐 믿으시겠나이까?"
"그땐 믿을 것이오."

"전하,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날 수 없다는 것은 불을 보듯 명백한 사실이옵니다. 하오나 세 사람이 똑같이 아뢴다면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난 것이 되옵니다. 신은 이제 한단으로 가게 되었사온데, 한단은 위나라에서 저잣거리보다 억만 배나 멀리 떨어져 있사옵니다. 게다가 신이 떠난 뒤 신에 대해서 참언(讒言)을 하는 자가 세 사람만은 아닐 것이옵니다. 전하, 바라건데 그들의 헛된 말을 귀담아 듣지 마시오소서."

"염려 마오. 누가 무슨 말을 하든 과인은 두 눈으로 본 것이 아니면 믿지 않을 것이오."

그런데 방총이 한단으로 떠나자 마자 혜왕에게 참언을 하는 자가 있었다. 수년 후 볼모에서 풀려난 태자는 귀국했으나 혜왕에게 의심을 받은 방총은 끝내 귀국할 수 없었다고 한다.

누구나 알고 있다.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날 리가 없다는 것을…. 하지만 실제로 현장에 다녀왔다는 사람의 입에서 세 세 사람 정도가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나서 모두들 줄행랑을 치고 있다고 얘기한다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라왔던 목소리가 조금은 낮아지면서 멈칫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투자에 있어서도 이러한 삼인성호 三人成虎 의 의미가 필요한 시기인 듯 싶다. 2007년부터 불어 닥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사태로 시작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2009년 봄 들어서 점차로 핑크빛 전망으로 바뀌고 있는 듯 싶다.

기업들이 느끼는 소비심리 회복으로 인한 주문량 증가와 함께 올해 1/4분기 기업들의 실적이 생각보다 좋게 나오면서 이제 바닥을 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새삼 많이 듣고 있다. 주식시장도 빠르게 회복하면서 투자자들의 예탁금이 사상 최고수준으로 올라섰고 신문이나 잡지를 펼쳐 볼라치면 여기저기서 ‘해빙기’,’바닥을 치다’,’상승 궤도 진입’등의 밝은 전망에 관한 기사들이 넘쳐나고 있다.

3명이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우기는 정도가 아니라 수 십 군데의 언론과 전문가들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얘기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의 심리도 그렇게 믿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날이 밝기 전의 새벽이 가장 춥고 또 가장 어둡듯이 완전한 회복,상승 무드로 갔다고 단정짓기는 어려울 듯 싶다. 아직까지도 동유럽에서는 IMF에 구제금융의 손길을 뻗치고 있고 미국의 대기업들도 완벽하게 회복되었다고 보기에는 이른 듯 하다.일본이나 러시아도 마찬가지로 아직 정부차원의 다양한 정책을 발표하면서 경기회복을 도모하고 있지만 당분간은 불황의 늪에서 빠져 나오기가 어려울 듯 싶다.

국내로 시야를 돌려보면 지난해 물가 상승을 고려한 전국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337만원으로 전년보다 0.2%감소했다고 하고 가구당 빚은 4128만원으로 7.4% 증가했다고 한다.(한국은행,대한상의 발표)

경기가 계속 침체를 보이면서 3월 취업자수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9만 5000명 감소하는 등 고용여건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모습이다.(통계청 2009년 3월 고용동향 자료)

굳이 한참 잘해보려고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데 난데없이 찬물을 끼얹을 생각은 없다. 하지만 불과 몇 개월 전에 힘들었고 애를 태웠던 모습을 너무나 쉽게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있어서이다.

어렸을 때 힘들게 자랐던 사람들이 성공하면 그 어려웠을 때를 회상하며 더 아끼고 절약하듯이 이제 불과 몇 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샴페인을 터뜨리지는 말자는 것이다.

3명이 우기던 10명이 우기던 그 우기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왜 그들이 그렇게 얘기를 할까를 한걸음만 물러서서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자신만의 나름대로의 시장 예측 혜안을 빨리 키우는 게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서기수 칼럼니스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