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4·30 재·보선 압승] 지난해 총선과 달라진 민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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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15총선 이후 1년 만에 치른 4.30 재보선의 결과는 그동안 민심의 흐름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재.보선에서 여당이 후보를 낸 국회의원 선거구 6곳과 기초단체장 선거구 5곳(청도와 영천은 여당이 후보를 안 냈음)등 11곳의 총 유표투표는 53만1498표다. 이 중 열린우리당은 17만2116표(32.4%), 한나라당은 24만6683표(46.4%)를 얻었다. 지난 총선 때는 똑같은 선거구에서 열린우리당이 총 유효투표 87만6777표 중 35만2291표(40.2%)를 얻어 28만7339표(32.8%)에 그친 한나라당을 여유있게 앞질렀다. 1년 만에 한나라당은 13.6%포인트가 상승한 반면 열린우리당은 7.8%포인트 내려앉아 처지가 바뀌었다.

득표 결과를 분석해보면 무엇보다 중부권에서 한나라당의 상승세와 열린우리당의 하락세가 뚜렷하다. 한나라당은 연천-포천에서 23.8%포인트 상승한 것을 비롯해 화성(20.4%포인트 상승), 성남 중원(9.9%포인트 상승) 등에서 모두 득표율이 크게 높아졌다. 중부권 3곳에서 한나라당은 평균 18.4%포인트 오른 반면 열린우리당은 15.1%포인트나 빠졌다. 광역의원 선거에서도 의정부(제2선거구)에서 60.5% 대 39.5%로 한나라당 후보에 대패한 것을 비롯, 인천.성남 등 중부권 4곳에서 뚜렷한 약세를 나타냈다.

이 같은 중부권의 등락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의 서울.경기지역 의원들에게 상당한 고민거리를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1일 "여당이 행정수도 이전을 밀어붙이면서 경기도 지역에서 역풍을 맞은 게 한 원인이 된 것 같다"고 풀이했다.

충청권 2곳에서도 열린우리당의 부침이 심하다. 공주-연기는 46.6%(지난해 총선)→35.7%(이번 재선거)로, 아산은 37.4→25.3%로 10%포인트 이상씩 떨어졌다. 아산에선 한나라당의 약진이 두드러졌고 공주-연기에선 무소속 정진석 후보를 내세운 '심대평 신당'측이 새로운 충청권의 맹주를 노릴 기세다. 비록 공천 사정이 꼬인 탓이 있다곤 하지만 여당이 더 이상 행정수도 공약만으로 충청권 민심을 휘어잡기 힘들다는 게 판명된 셈이다.

의외로 영남권에선 큰 변화가 없다. 이번 재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영남권 5곳에서 55.5%를 얻어 지난 총선 때 51.4%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지난해 총선 때 36.9%를 득표한 여당은 이번에도 35.7%를 얻어 여권의 동진정책이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경북 3곳(영천, 경산, 영덕)만 놓고 보면 열린우리당은 지난해 27.8%에서 이번에 34.4%로 득표율이 올라갔다. 실제로 전체 11개 선거구 중 열린우리당의 득표율이 지난해보다 올라간 2곳(영천, 영덕)은 전부 경북지역이다. 열린우리당이 내세우는 '여당이 당선돼야 지역이 발전한다'는 논리가 먹힌다는 뜻이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오랫동안 낙후된 경북지역의 개발욕구를 효과적으로 파고든다면 더 이상 TK(대구.경북) 지역도 난공불락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청도 군수 선거는 한나라당 후보가 무소속에 졌고, 부산 강서구청장 선거도 접전 끝에 여당 후보에 간신히 이겼다. 영남권에서 한나라당의 독주가 끝날 징조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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