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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대 대선]3당캠프 표정 국민회의…호남권 투표율 높자"영남자극"우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여의도 선경증권에 마련된 '김대중후보 공동선대회의' 종합 상황실은 오후6시 투표가 다 끝나자 서서히 긴장감과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공동선대회의는 야당 사상 처음으로 독자적인 개표 집계시스템을 구축, 전국 3백여개 개표소에 상황요원을 배치해 개표와 동시에 개표현황을 집계하는 등 과거와 달라진 모습. 밤이 되자 각 개표소를 연결하는 직통전화 30여대, 컴퓨터 30여대, 팩시밀리, 각 언론사 선거방송 보도내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대형 스크린 앞에는 당직자와 보도진 3백여명이 몰려들어 열기가 뜨거웠다.

김대중후보는 오후6시 선대위 사무실에 나와 이들을 격려했다.

이날 지구당과 연결된 40대의 전화를 통해선 낮부터 크고 작은 부정선거 사례나 각종 상황이 수시로 접수돼 요원들이 식사 때에도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인주가 묽어 붓뚜껑의 동그란 원이 잘 찍히지 않는다' '투표용지를 접으면 2번은 다른 번호에 인주가 옮겨 붙도록 돼 있더라' '투표장소가 외진데 있어 찾기가 어렵다' 는 등의 '제보' 가 수백통 쏟아졌다.

DJT연합은 특히 투표율이 오후까지 14대 대선 때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자 20~30대가 대거 투표장에 나오고 있다며 기뻐하면서도 한가닥 우려의 표정. 호남지역 투표율이 높게 나타나자 영남쪽을 자극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다.

중앙당사는 이에 비해 오전엔 약간 한산하다 오후들어 서서히 바빠지기 시작. 전날 밤새워 전국 각지 상황을 독려하던 조세형 (趙世衡) 총재권한대행.이종찬 (李鍾贊) 기획본부장 등은 잠시 눈을 붙인 뒤 낮부터 당사에 나와 철야태세를 갖췄다.

국민회의는 특히 언론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비공식 라인을 통해 전해질 때마다 일희일비했다.

지난 대선때 金후보가 패배하자 태극기를 불태웠다는 소문에 시달렸던 김충조 (金忠兆) 사무총장은 "태극기를 태우지도 않았지만 이번엔 태울 일도 없을 것" 이라며 우황청심환을 도로 책상 서랍에 집어넣기도. 김종필 (金鍾泌) 선대회의의장은 오전8시 신당4동사무소에서 부인 박영옥 (朴榮玉) 씨와 함께 투표했으며, 포항에 머무르고 있는 박태준 (朴泰俊) 자민련총재는 오전8시30분발 비행기로 상경해 10시쯤 북아현동 추계초등학교에서 한표를 행사했다.

이미 부재자투표를 한 정동영 (鄭東泳) 대변인을 제외한 양당의 지역구 의원들은 자신들의 주거지에서 투표를 마친 뒤 밤부터 속속 상경했다.

김현종.박승희.신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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