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불황에 흔들리던 한국리그 7개 팀 출전 가까스로 출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43면

경제 한파의 직격탄을 맞고 휘청거리던 한국바둑리그가 수많은 관계자의 헌신적인 노력 끝에 닻을 올리게 됐다. 타이틀 스폰서인 KB국민은행의 지속적인 신뢰도 큰 힘이 됐다. 팀은 전년도보다 1개 팀이 줄어든 7개 팀. 30일엔 선수 선발을 완료하고 다음 달 13일 개막식을 치른 뒤 21일부터 6개월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당초 10개 팀으로 늘리겠다는 청사진은 물거품이 됐지만 프로기사들과 팬들이 고대하던 KB국민은행2009한국바둑리그가 제때 출범하게 된 것만으로도 바둑계는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다.

KB2009한국바둑리그는 건설 3사(신성건설·월드메르디앙·울산디아채)와 제일화재가 일시에 빠져나가고 한때 한게임·티브로드·영남일보까지 잔류 여부를 망설이면서 난관에 직면했다. 한국기원 허동수 이사장(GS 칼텍스 회장)이 발 벗고 나서면서 KIXX·한게임·티브로드·영남일보까지 4개 팀은 자리를 지켰지만 경제 한파 속에서 새로운 팀을 영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전남 신안군이 신안태평천일염이란 이름으로 참여하고 바둑을 변형시킨 신종 게임 바투(온미디어)가 들어오면서 2009한국바둑리그는 간신히 구색을 갖췄다. 그리고 막판에 하이트 진로의 참가가 가뭄의 단비가 되었다. 진로는 농심신라면배의 전신인 진로배를 개최했었고 서봉수 9단이 진로배 9연승의 신화를 세우며 바둑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브랜드. 하이트맥주㈜와 진로㈜가 한 회사가 되면서 이번 팀명은 ‘하이트 진로’가 됐다.

영남일보(대구)는 2년 연속 우승을 이끈 최규병 9단이, 티브로드(이북5도)는 서봉수 9단이 계속 감독 직을 맡았다. 신성건설의 양재호 9단은 KIXX(광주)로, 제일화재의 이홍열 9단은 신안태평천일염(신안)으로, 울산디아채의 김영환 9단은 바투(인천)로 각각 감독 자리를 옮겼다. 감독 중에서 올해 새 얼굴은 차민수 4단과 강훈 9단. 경기를 연고지로 하는 한게임은 TV드라마 ‘올인’의 실제 주인공인 포커의 명수 차민수 4단을 영입했고 서울을 연고지로 확정한 하이트 진로는 1980년대 조훈현-서봉수 양강 체제에 대항한 도전 5강 중에서 유일하게 타이틀을 따냈던 투혼의 승부사 강훈 9단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선수는 각 팀 6명씩 42명이 참여한다. 랭킹 1~25위까지가 우선 참여하고 (25위 밖의 기사 중에서 자율지명으로 각 팀 1명 선발) 예선전을 통해 올라온 10명을 더해 이들 35명을 놓고 드래프트 시스템으로 선수를 선발한다. KB한국바둑리그는 속기 방식이기에 전통적으로 젊은 선수 등이 강했다. 올해도 감독들은 갓 입단한 초단들이나 나이 어린 신진들을 우선적으로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랭킹 25위 밖에는 초·2단들뿐 아니라 유창혁 9단, 최명훈 9단, 송태곤 9단, 고근태 6단 등 전통적인 강자들도 즐비해 각 팀은 벌써부터 머리를 싸매고 있다(한편 신안 팀은 지난주 팀 관계자 회의에서 다른 팀들의 양해하에 드래프트 1번을 확보, 신안 출신 이세돌 9단을 주장으로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KB2009한국바둑리그는 총규모 24억원, 총상금 11억원, 우승상금 2억원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