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Biz] “깐깐한 한국 소비자, 피드백도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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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한국 고객들은 e-메일보다 전화 상담을 유난히 선호합니다. 빠른 해결을 원하는 데다 정보기술(IT) 지식이 풍부해 이것저것 묻고 싶은 게 많기 때문인 것 같아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지구촌 고객지원업무를 총괄하는 캐슬린 호간(43·사진) 부사장의 말이다. 그는 MS에서 가장 ‘잘나가는’ 여성이다. 여성 부사장이 16명에 이르지만 그중 가장 방대한 조직을 관장한다. 정규직만 총 8000여 명인 세계 75개 고객 지원센터를 맡고 있다. 그는 “한국 소비자는 신제품이 나오면 가장 먼저 써볼 뿐만 아니라 날카로운 비평까지 해주는 소중한 존재다. 덕분에 차기 제품 개발과 업그레이드에 큰 도움이 된다”고 치켜세웠다. 아시아 현지 법인들을 순회 중인 그와 15일 서울 대치동 한국MS 본사에서 만났다.

-한국 고객만의 독특한 점은.

“사후 지원과 대응 속도에 대한 기대 수준이 매우 높다. 문제가 발생하면 곧바로 대응하고 해결해 주길 바란다. 또 원격 지원보다 현장 지원을, 온라인보다 전화 상담을 선호한다. 얼리어답터(early adopter)가 많고 제품에 대한 피드백도 활발하다. 다른 나라와 확연히 구분되는 점이다. 가령 같은 아시아라도 동남아 소비자는 온라인 서비스를 익숙하게 받아들인다.”

-소비자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다.

“10억 명 이상의 고객과 협력사에 사후 서비스를 제공한다. 연간 70만 건의 전화 상담과 20만 건의 e-메일 상담을 한다. 현장 지원 서비스도 3만3000여 건에 이른다.”

-MS의 사후 서비스는 어떻게 발달해 왔나.

“초기엔 대기업 고객 위주로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이젠 중소기업·일반 소비자는 물론, 협력사와 관련 기술 개발자에게까지 각종 지원을 한다. 방식도 전화·현장 방문에서 e-메일·원격 진단 등 온라인으로 확대됐다. 이 분야 최신 트렌드는 웹사이트에서 고객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하는 ‘셀프 지원(Self-help)’ 서비스다. 이를 위해 MS는 고객 지원 사이트(support.microsoft.com)에서 ‘픽스 잇’이란 솔루션을 다운로드할 수 있게 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세계 7만5000명 고객이 이 솔루션을 내려받았다.”

-고객 지원 비용 절감을 위해선가.

“그렇다. 셀프 지원이 확대되면 전화 상담 건수와 관련 인력을 확 줄일 수 있다. 사실 전화 상담 중 95%는 1분 정도면 해결 가능한 단순한 문제다. 이를 온라인에서 몸소 해결하게 하는 것이다. 온라인 지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전문 엔지니어들이 블로거로 활동하는 기술 지원 커뮤니티도 운영한다. 이를 통해 지난해까지 900만 명의 고객이 도움을 받았다.”

-직원 교육은 어떻게 시키나.

“지역마다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는 응대법을 교육한다. 직원을 고용할 때도 기술적 지식만큼 ‘소프트 스킬(대인 관계 기술)’을 중시한다.”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소비자 요구에도 변화가 생겼을 듯싶은데.

“비용절감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커졌다. 화상회의를 도입하거나 서버 대수를 줄일 수 있는지 문의가 이어진다. 마케팅 표적의 범위를 더 정교히 하기 위해 고객관계관리(CRM)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하길 원하는 기업도 많다.”

-실적 하락이 예상되는 지금 MS 미 시애틀 본사의 경영전략회의 분위기는 어떤지 .

“솔직히 (경영진은) 좋은 회사에 다녀 다행이라고들 생각한다(웃음). 지금이 위기 상황인 건 분명하다. 고객사들의 도산이 잇따르고 PC 구매율도 사뭇 떨어졌다. 그러나 MS는 다행히 경영혁신과 신제품 개발에 투자할 여력이 충분하다. ”

-세계를 무대로 바쁘게 움직인다. 아내로서 또 외아들의 엄마로서 제 역할을 다하기 어려울 듯한데.

“일의 우선순위를 지키려 노력한다. 이전엔 야근을 자주 했다. 일이 끝나지 않으면 집까지 싸들고 가곤 했다. 요즘은 일단 퇴근해 가족과 시간을 보낸 뒤 체력이 허락하면 아들이 잠든 다음 일을 계속한다. 일도 중요하지만 생활의 중심엔 가족이 있다.”

이나리 기자

◆호간 부사장=미 하버드대에서 응용수학·경제학을 전공한 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았다. MS 입사 전에는 오라클의 수석 기술·마케팅 책임자, 맥킨지의 북미 지역 하이테크 세일즈·마케팅담당 파트너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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