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중앙일보 2009년 1분기 펀드 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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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8.14%. 올 1분기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이다. 2007년 3분기 이후 처음 맞이하는 플러스 수익률이다. 그래서 훌륭한 성적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골짜기의 바닥에서 일어나 계곡을 오르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상태다. 다행스러운 점은 1분기에 희망의 싹을 봤다는 것이다.

1분기 증시는 예상보다 좋았다. 주가의 바닥은 생각보다 탄탄했고, 고점은 높았다. 다만 엉뚱한 곳에서 잭폿이 터진 점은 많은 투자자의 아쉬움을 낳게 했다. 연초만 해도 별 기대를 걸지 않았던 중소형주 펀드와 정보기술(IT) 관련 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낸 반면, 일반 주식형 펀드들은 별 재미를 보지 못한 것이다. 자금은 대부분 일반 주식형 펀드에 몰려 있다.

또 한동안 질색했던 중국 펀드와 브라질 펀드의 초강세도 예상치 못한 ‘사고’로 받아들여졌다. 미래에셋의 인사이트 펀드가 중국 비중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을 정도로 연초엔 중국 펀드 기피현상이 강했다. <관계기사 e2면>


중소형주 펀드의 강세는 수익률에서 단박에 확인된다. 국내 중소형주 펀드의 평균수익률은 국내 전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의 배가 넘는 16.56%. 동양투신운용의 동양중소형고배당주식형 펀드는 1분기에 24%가량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나대투증권 서경덕 펀드 애널리스트는 “중소형주 펀드의 강세는 코스닥시장에 몰아친 각종 테마 열기로 중소형 종목들의 주가가 많이 오른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재생에너지와 발광다이오드(LED), 생명공학, 게임과 같은 각종 테마는 코스닥지수를 지난해 저점에서 2배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또 연초만 해도 수많은 증권 전문가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서 비켜서 있는 경기 방어주와 배당주 펀드, 가치주 펀드를 선택해야 한다”고 외쳤다. 그러나 1분기 증시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 대표적인 내구성 소비재인 자동차는 물론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IT주의 질주는 화려했다. 반도체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해 설정된 미래에셋맵스운용의 타이거세미콘상장지수 펀드와 삼성투신운용의 KODEX반도체상장지수는 5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연초 이후 낸드플래시 반도체 가격이 껑충 뛴 덕분이다. 이와 함께 대신투신운용의 자이언트현대차그룹상장지수펀드도 수익률 10위를 기록했다. 이로써 국내 주식형 수익률 10위권에 3개의 상장지수펀드(ETF)가 포진했다.

해외 펀드에서는 믿을 곳은 역시 중국과 브라질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특히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2조 달러에 달하는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금융시장에도 충분한 믿음을 줬다. 중국과 브라질, 브릭스 펀드를 빼면 수익률 상위 10위권 펀드가 텅 빌 정도로 브릭스의 위력은 대단했다. 반면 동유럽 악재를 안고 있는 유럽 펀드와 엔고 악재가 가시지 않고 있는 일본 펀드는 1분기에 큰 폭의 손실을 냈다.

지난해 4분기 두각을 나타냈던 채권형 펀드들은 평균수익률이 1.09%로 신통치 않은 성적을 냈다. 연초엔 10%대의 수익률을 낸 것도 나왔으나, 금리 동결과 국채 발행의 영향으로 수익률이 뚝 떨어졌다. 분기 기준으로 5% 선을 넘은 채권형 펀드는 전무했다.

1분기 펀드 시장의 특징은 지난해 10월 이후 손실이 컸던 펀드가 1분기에는 거꾸로 좋은 수익을 낸 것으로 요약된다. 골이 깊은 만큼 반등도 컸던 셈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의 최상길 전무는 “지난해 연말과 올 초의 예상이 모두 빗나갔다”며 “멀리 보지 않고 유행만 따라가는 투자는 실패하기 십상이란 사실을 새삼 깨우쳐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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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이희성·조민근·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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