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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지가동' 회원들,'살과의 전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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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여기,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처절한 전쟁의 기록이 있다.

그렇다고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진 마시길. 총알이 오가는 살벌한 전쟁터를 연상할 필요도 없다.

전쟁이 벌어진 곳은 천리안 '지가동 (다이어트 모임. '지구를 가볍게 하는 동호회' 에서 나온 말.GO VSLIM)' 내 '명예의 전당' .이른바 '살과의 전쟁' 이다.

그것도 전쟁축에 드냐구?

당신이 이를 몸소 체험했다면 무조건 코웃음칠 순 없을 거다.

그 고통이란…. 하지만 일단 이기면 전리품이 생긴다.

날씬한 몸매, 만족감과 자신감, 거기에 한가지 더. '명예의 전당' 에 명패를 거는 영예다.

우선 안내문을 엿보자면. “남들의 존경을 유발할 만큼의 감량을 이루신 인간승리의 표본들을 배출하니만큼 도전 전부터 엄중한 자격조건과 전당오름에 까다로운 심사가 있습니다.”

조건 하나. 자신의 몸무게 (㎏) 를 키 (m) 로 두 번 나눈 수치인 BMI (Body Mass Index.체질량계수)가 22 이하인 사람은 도전할 수 없다.

웬만한 지가동 회원이라면 OK.그러나 두번째 조건부터는 산넘어 산이다.

현재 체중의 15%이상 감량해야 한다.

목표 체중이 BMI 18이하여서도, BMI 27이상이어서도 안된다.

우여곡절 끝에 여기까지 성공해도 엄청난 복병이 있으니. 지금 명예의 전당이 휑뎅그렁하게 비어있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한 이 조건은. 적어도 '체중감량기간+한달' 의 기간 동안 체중이 증가해서는 안된다 (감량한 양의 30%이상 증가시 자격 박탈) .다시 말해 5달 동안 살을 뺐다면 향후 6개월간 다시 살이 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아참, 또 하나 중요한 조건. 운동과 절식을 통한 다이어트를 원칙으로 한다.

지가동의 지향점은 어디까지나 '건강한 다이어트' 니까. 지난 7월 동호회가 생긴 이래 도전장을 낸 사람은 1백15명. 통통.뱃살공주.찐.마른이.빼 등 도전자들의 별명엔 고민과 소망이 함께 깃들어 있다.

비장감마저 감도는 도전장의 제목들. '나의 사랑을 방해하는 살들… 없애버릴껴' '이젠 인간이 되고 싶다!

폭식증에서 거식증으로의 전환'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올핸 부츠에 미니스커트 입고 싶군요' . 도전장이 받아들여지면 '도전자의 일기' 를 통해 경과 (물론 몸무게 포함) 를 이실직고해야 한다.

야식으로 먹은 라면 한개, 간식으로 먹은 쵸코파이 한개, 운동부족, 게으름 모두 '자아비판' 거리다.

'참회' 뒤에는 전당지기의 격려와 조언이 따른다.

“아무렇지도 않게 쑥쑥 살을 뺐다는 다이어트 성공담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좌절을 안겨주었던가.

명예의 전당은 일체의 다이어트 허상을 거부한다.

살을 뺀다는게 얼마나 힘든 자신과의, 음식과의 싸움인지를 생생한 기록으로 남겨 다음 도전자들에게 위로와 도움을 주고자 할 뿐. 그리고 그 처절한 사투의 기록을 보면 누구나 인간승리를 칭송하지 않을 수 없으리. ”전당지기 심정석 (32.부천 세종병원 방사선과 의사) 씨의 말이다.

지금 이순간에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동병상련이라 했던가.

전당지기와 동료 도전자가 있기에 도전자들은 결코 외롭지 않다.

게다가 전인미답의 고지에 오른다는 것, 얼마나 매력적인가.

영광의 그날까지, 화이팅!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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