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영 패러다임]6.기업도 다이어트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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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는 50년대초 금융시장이 위기에 처했을때 자금을 적절하게 운용하지못해 부도위기에 몰렸었다.

이후 '무차입금 경영' 이라는 전략으로 전환해 세계일류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부채에 대한 군살빼기 (다이어트) 를 실천함으로써 도요타는 거듭날수 있었다.

최근 국내기업들도 국제통화기금 (IMF) 의 '경제신탁통치' 시대를 맞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있다.

대규모 차입으로 인한 기업 경영구조의 불건전성은 IMF 협상과정에서도 거론된 핵심 사항의 하나다.

빚을 무리하게 끌어들여 그럴듯하게 기업을 꾸려가고 있지만 이는 '빛좋은 개살구' 일뿐이라는 지적을 받고있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이우광 (李佑光) 수석연구원은 "급변하는 대내외적 경영환경 속에서는 몸이 가벼워야 살아 남을수 있다" 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의 평균 부채비율은 4백% 전후다.

사업을 벌이면서 자기자본은 20%일뿐 나머지 80%는 외부에서 빌린 돈으로 덩치를 키워온 것이다.

경영난을 겪고있는 기업들이 이제 금융비용이 많다며 불평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비판도 그래서 나온다.

반면 세계 초일류기업들인 인텔.소니.IBM등의 부채비율은 30~50%다.

이들 초일류 기업들은 차입 확대에 의한 사업다각화는 배제하고 수익성의 극대화라는 명제아래 핵심사업에만 전념해온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국내기업들은 본업의 확장은 물론 본업과 연관성이 약한 건설.부동산.레저 등의 분야에까지 남의 돈을 끌어들여 사업을 확대해 왔다.

그결과 국내 30대그룹 평균 자기자본비율이 17% (96년) 로 경쟁국인 대만의 53.9% (95년) , 일본의 32.6% (95년) 보다 훨씬 낮은 실정이다.

무리한 사업다각화와 차입경영으로 부도가 난 진로는 자기자본비율이 2.69%에 불과했다.

국내 제조업의 금융비용부담율 (금융비용/매출액) 또한 95년 기준 5.6%로 일본의 1.3%, 대만의 2.2%보다 무척 높다.

이우광 수석연구원은 "성장이 계속되고 금융사정이 좋을때는 차입경영이 유리한 면이 많지만 저성장기에는 금융비용부담이 가중되고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일수록 어려움을 겪게된다" 고 설명했다.

재무구조가 약화되면 조그만 악재에도 흔들리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세계일류기업이라고 해서 탄탄대로만 달려온 것은 아니다.

위기상황에서 어떻게 구조조정에 성공하느냐가 재기의 관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의 자동차 제조업체중 빅쓰리에 속하는 크라이슬러는 79년 무리한 설비투자와 일본차의 공세로 수세에 몰리다 오일쇼크를 맞아 적자규모가 11억달러에 달하는등 파산위기에 직면했었다.

80년 회장으로 영입된 아이아코카는 수익성이 낮은 공장을 폐쇄하고 35명의 부사장을 2명으로, 4만명의 사무직 노동자를 2만2천명으로 줄이는등 10만명의 종업원을 7만명으로 감축했다.

또한 본인의 연봉을 1달러로 묶는 조건으로 모든 직원의 급여를 10% 삭감하는 등 대대적인 몸집줄이기와 원가절감을 단행했다.

그 결과 크라이슬러는 82년 1억7천만달러의 흑자로 전환됐고 96년에는 35억달러의 영업이익을 창출했다.

IBM의 루 거스너 회장은 93년 회장에 취임한뒤 11명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조직, 종업원을 30만명에서 18만명으로 대폭 감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같은 산고끝에 IBM은 96년 54억 달러의 순이익을 거둬들여 세계 16위의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줄이기에 일단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국내그룹으로는 두산을 꼽는다.

두산그룹의 박용만 (朴容晩) 기획조정실장은 지난달 29일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두산그룹의 경영혁신 및 구조조정' 사례 발표회에서 "두산은 지난 2년간 9백7개 팀으로된 조직을 4백13개로 줄이고 3M 등의 지분매각, 영등포 OB맥주공장 등 부동산 매각, 코카콜라 음료사업등 20개의 사업정리를 통해 1조1천4백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고 말했다.

朴실장은 "이에따라 96년 4조1천5백억원까지 올라갔던 차입금이 올해말엔 3조6천3백억원으로 줄고 순익은 96년 8백14억원 적자에서 올해는 2천46억원 흑자로 전환이 예상된다" 며 지속적인 그룹내실화를 기약했다.

LG경제연구원의 이윤호 (李允鎬) 원장은 "한국기업은 이제 자기자본을 포함한 모든 조달자금의 비용을 상회하는 수익성있는 사업을 영위할수 있도록 뼈아픈 구조조정 작업을 해 가치창출능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며 차입경영 극복에 각별히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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