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 국난에 교민도 애탄다…국내신문 해외판 나오자마자 동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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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국 경제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세계의 주목대상이 되면서 해외 교민들이 고국소식에 목말라하고 있다.

현지 언론의 집중적 보도를 지켜보며 "이러다 한국이 망하는 것 아니냐" 며 불안해 하는 교민들은 보다 자세한 소식을 얻기 위해 교민신문이나 방송.인터넷 등에 매달리고 있다.

한국기업들의 지사.상사가 밀집해 있는 미국 뉴욕의 경우 뉴욕중앙일보 등 교민신문들은 가판대에 갖다놓기 무섭게 동난다.

뉴욕중앙일보의 경우 하루 6천여부를 지사가 위치한 퀸스불바드36가와 뉴저지의 포트리시 88식당 앞에 갖다놓는데 대부분 오전중 매진된다.

불과 얼마전 6천부중 3분의1이 고스란히 회수됐던 것에 비하면 대단한 변화다.

회사 관계자들은 "고국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정기구독 독자들도 하루가 더 빠른 가판을 사보는 것 같다" 고 말했다.

또 WMBC.KOREA - TV 등 방송사들이 KBS - TV '9시뉴스' 를 받아 내보내는 뉴스시간대의 시청률도 크게 늘었다.

영국 런던에서 교민신문 코리아 위클리를 발행하는 신정훈씨는 최근 고국소식에 관심이 커져 한국소식란을 크게 늘렸다면서 사무실로 직접 서울사정을 물어오는 전화가 평소에 비해 두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S전자 뉴욕주재원 부인 李모 (40) 씨는 "매일 한국계 신문은 물론 라디오.TV뉴스를 빼놓지 않고 모니터하며 밤에는 인터넷으로 고국신문의 인터넷 사이트 등을 살펴본다" 면서 "매일같이 부도가 나고, 해외지사를 철수시키고, 대량으로 감원한다는 통에 불안해 살 수 없다" 고 말했다.

한국의 위성방송을 시청할 수 있고 한국신문도 배달되는 일본 도쿄 (東京)에서도 교민들은 한국의 경제상황 변화를 알아보느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증권회사 도쿄사무소의 P차장은 최근 경쟁사인 고려증권이 도산하자 그 여파가 언제 자신에게 미칠지 몰라 정보수집을 위한 국제통화를 부쩍 많이 하고 있다.

그는 회사에선 비용절감을 위해 국제통화를 되도록 줄이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신상문제여서 직원들 모두 눈치를 보며 고국 이곳저곳에 전화해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역 아르바이트로 유학생활을 꾸려가는 주오 (中央) 대 K (23) 씨는 "환율이 이대로 올라가면 보따리를 싸는 수밖에 없다" 면서 매시간 인터넷을 통해 국내 경제소식과 환율을 알아보고 있다.

한국상황이 워낙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국내 가족.친척에 대한 걱정 때문에 국제전화도 자주 걸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유학생 權모 (32) 씨는 "최근 한국의 사촌중 2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면서 "가족.친지 걱정으로 국제전화를 거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고 말했다.

주재원이나 유학생들 가운데는 환율상승으로 전화비가 올라 한국통신의 서울 교환원을 연결하는 수신자부담 전화를 쓰거나 한국통신이 발급하는 KT카드를 사용하는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

미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루크캠퍼스에 유학중인 金모 (26) 씨는 "요즘들어 일본인들만 보면 괜히 위축되는 기분이다.

하루빨리 고국의 금융위기가 진정돼 한국은 물론 이곳 교민들도 다시 어깨를 펴고 살게 되기를 기원한다" 고 말했다.

런던 = 정우량·뉴욕 = 김동균·파리 = 배명복·도쿄 = 김국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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