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자 소장 이식 국내 첫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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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뇌사(腦死)한 사람의 소장을 20대 여성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성공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이명덕 교수팀은 지난해 12월 31일 위장관 손상으로 ‘단장증후군’을 앓고 있던 한송희(22)씨에게 20대 뇌사자의 소장을 이식했으며 지금까지 한씨의 건강 상태가 매우 양호하다고 14일 밝혔다. 국내에서 모두 6건의 소장 이식이 이뤄졌는데 뇌사자의 소장을 이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머지는 환자 가족이 소장 일부(1~1.2m)를 제공한 생체 이식 수술이었다. 단장증후군은 장손상·암 등의 이유로 소장의 길이가 짧아 소화·흡수를 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입으로 공급되는 영양 성분이 불충분해 영양제를 계속 주사해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서울성모병원 이명덕 교수(뒷줄 남자)와 소장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번에 수술을 받은 한송희씨, 박지은(7) 어린이, 이정숙(62)씨(왼쪽부터). [연합뉴스]


이 교수 팀은 당시 뇌사자에게서 소장(약 4m)을 통째로 떼어내 한씨에게 이식했다. 대장을 절반도 이식했다. 이식 수술 뒤 환자는 2주 만에 이식 거부반응을 보였으나 이를 잘 극복했다. 11주간의 입원 치료를 받고 호전돼 정맥 영양 요법을 중지하고 정상적인 식사가 가능해지자 지난달 19일 퇴원했다.

생체 이식은 제공자가 음식을 먹지 않게 할 수 있는 데다 떼어낸 뒤 변을 제거한 뒤 이식할 수 있다. 반면 뇌사자의 소장은 훨씬 길고 변을 제거할 수 없기 때문에 감염 우려가 높아 고난도 수술로 꼽힌다. 소장 이식은 환자와 제공자의 조직적합성(HLA)이 맞지 않더라도 혈액형만 같으면 가능하다. 그러나 거부반응이 아주 강해 이식 환자의 약 90%가 1년 이내에 이식 거부반응을 경험한다.

이 교수 팀은 2004년 4월 국내 처음으로 성인 소장 이식에 성공한 데 이어 2005년 7월에는 세 살짜리 소아 소장 이식에도 성공했다. 첫 소장 이식 환자는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에선 소장 이식이 필요한 환자가 매년 40∼50명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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