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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 금속활자’ 입증 자료…대통령도 원본에 손 못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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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보물 758호, 13세기, 목판본, 닥종이, 세로 27.5㎝, 가로 16.6㎝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도 등재된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 ‘직지(直指,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인쇄된 ‘직지’는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보다 80년 가량 앞섭니다. ‘남명천화상 송 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 이하 ‘증도가’)’는 이 땅에서 ‘직지’에 앞서 이미 금속활자를 사용하고 있었음을 입증하는 기록입니다.

선종(禪宗)의 지침서인 ‘증도가’에 고려 남명선사 법천이 해제를 달아 펴낸 이 책엔 “고려 고종 26년(1239년) 금속활자본을 거듭 새겨냄”이라 적혀있습니다. 1239년 이전에 이미 금속활자본으로 인쇄됐던 책을 후대에 목판으로 복원했다는 뜻입니다.

당대 최고 기술자들이 목판본으로 되살린 ‘증도가’는 금속활자의 특성을 잘 보여줍니다. 글줄이 다소 삐뚤삐뚤하고, 글자의 아래 획과 위 획이 서로 닿거나 엇물린 것이 없지요. 고려가 서양보다 적어도 200년 이상 앞서는 금속활자 종주국임을 임증하는 ‘증도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재임 후 첫 일본 방문 길에 자랑삼아 ‘증도가’ 영인본을 가지고 나갔답니다. 당시 문화공보부에서 박물관 설립을 준비 중이던 김종규 현 관장에게 “금속활자 최초의 모습을 일본에 보여주도록 원본을 대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김 관장은 “귀중한 문화재를 해외에 반출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는군요. 대통령도 못 갖고 나간 원본은 은행금고에 보관되어 있고, 박물관에는 영인본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경희 기자

◆삼성출판박물관(www.ssmop.org)=1990년 설립된 국내 최초 출판박물관. 출판인쇄 1300여 년 역사를 일람하는 자료 40여만 점을 소장하고 있다. 서울 구기동 구기터널 근처. 02-394-6544. 김종규 관장 인터뷰는 19일자 ‘중앙SUNDAY’ 매거진에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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