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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재력가 결탁 추악한 인간 영상고발 '데블스 애드버킷'화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농익은 연기, 다양한 시사와 복선,치밀한 이야기 전개와 기억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 대사들. 이러한 요소들이 극영화를 보는 재미를 준다면 '데블스 애드버킷' 은 그것을 증폭.확장시킨 영화다.

모든 일을 성취시킬수 있고 모든 일을 망칠수 있다는 미국의 변호사가 주인공이다.

욕망과 돈과 음모가 마천루처럼 솟아있는 '현대의 바빌론' 뉴욕 맨해턴이 영화의 무대다.

시드니 루멧류의 법정 공방을 다룬 드라마나 톰 크루즈 주연의 '야망의 함정 (The Firm)' 같은 액션 스릴러 정도로만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그 이상으로 충격적이고 화려한 영화의 전개에 빨려들고 만다.

영화는 결과적으로 인간이 얼마나 악마적이고 문명은 추악하게 썩어있다는 것을 광범위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플로리다의 시골에서 승소기록 65연승의 경이적인 성과를 자랑하는 젊은 변호사 (키아누 리브스) 는 뉴욕의 '로 펌' 에 전격 스카우트 된다.

그를 기용해 세상만사를 주무르는 다국적 기업의 회장 (알 파치노) 은 진짜 주인공이라고 할수 있는 악마가 현신한 모습이다.

젊은 변호사가 고뇌하고 처절하게 싸우는 파우스트라면 대기업 회장은 능수능란하고 무시무시한 메피스토펠레스의 역을 맡은 셈이다.

무소불위의 변호사가 존재할수 있게 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말 자체의 논리다.

그말이 허상이거나 거짓이라도 상관없다.

그의 말에 피고나 원고, 재판장과 배심원은 물론 바빌론 같은 문명세계 전체가 농락당한다.

세익스피어와 괴테와 라신의 극적인 긴장감과 화려한 대사들을 뒤섞어 놓은 듯, 총동원된 할리우드 작가들의 역량이 이같은 악마의 말들을 가능케 했다.

이러한 말들로 점철된 영화를 2시간20분가량 보고난 관객들을 질리게 만드는 '악마의 영화' 임에 틀림없다.

'백야' '사관과 신사' 등으로 유명한 테일러 핵포드 감독은 여기에 거대한 벽화가 살아서 움직이거나 유령이 쫓아오는 듯한 환각 장면을 절묘하게 배합해 초자연적인 스릴마저도 느끼게한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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