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론

교육자치·지방자치 통합할 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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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현 제도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지자체에 지방재정교부금을 준다. 하지만 지방의 초·중·고 교육 행정은 교육청과 교육감이 책임과 권한을 갖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재정적으로 지원은 할 수 있으나 책임과 권한이 없는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교육과학기술부가 교육재정교부금을 시·도 교육청에 나누어 준다. 따라서 지방에서 초·중·고 학교 시설이나 교육여건이 나쁠 경우 주민들은 자치단체장에게 항의하지 않고, 교육과학기술부나 교육감에게 불평한다.

모든 국민이 우리의 미래는 교육에 달려 있다고 하고, 대다수 가정이 사교육비 부담으로 어려워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 문제는 중앙정부의 지원만으로는 풀 수 없다. 게다가 교육과학기술부 예산이 전체 국가예산에서 가장 큰 비중(20%)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앞으로 일자리 창출, 사회안전망 확대 등의 재정수요가 커 교육 예산을 더 이상 늘리기는 한계가 있다.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해진다는 얘기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는 세출 예산의 5% 미만을 초·중·고에 지원하고 있다. 왜 이렇게 됐을까. 근본적 이유는 교육자치와 지방자치가 분리돼 교육지원은 지자체의 일이 아니라고 보는 인식에 있다. 만약 지자체장에게 교육지원이 자기 책임이라는 의식이 있게 되면 교육지원은 대폭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반대다. 현재 시·군에는 교육지원을 전담하는 기구도 없다. 시·군 조직에서 교육투자를 주장할 아무런 기구도 없는데 교육투자가 늘어날 수 있겠는가. 과거 교육자치와 지방자치를 분리한 이유는 통합할 경우 지자체장이 교육에 투자할 재원을 다른 용도로 전용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또 교육행정에 일반 행정가가 개입해 교육의 순수성이 저해된다는 걱정도 한몫했다고 본다. 이런 이유로 교육계에서는 아직 통합에 반대하는 여론이 큰 것 같다.

그러나 이제는 여건이 바뀌었다. 우리 국민들의 교육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데 어느 도지사·시장·군수가 교육에 소홀히 할 것인가. 어느 한 도시가 학교 지원을 강화해 대학 입학률이 높아지고 사교육비가 줄어들었다고 한다면 인근 도시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시·군별로 교육에 대한 지원경쟁이 붙어 시·군의 교육투자는 크게 늘어날 것이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도시는 지자체장이 교육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 뉴욕시, 워싱턴DC 등도 지자체의 강력한 지원으로 대대적인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텍사스 주지사 시절 교육개혁을 강력히 추진한 바 있다.

교육계는 양 자치제가 통합될 경우 교육행정에 대한 지자체장의 개입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교원 인사권, 교과과정 등은 교육감의 전결권으로 보장하는 식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교육에 대해 지자체가 책임의식을 갖고 적극 나서도록 교육자치와 지방자치의 통합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때가 왔다고 본다.

최종찬 경제정책자문위원 전 건설교통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