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제네바 4자회담 표정…"잘해보자" 첫 대좌 화기애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역사적인 4자회담은 9일 오전10시 (한국시간 오후6시) 스위스 제네바 시내 유럽자유무역지대 (EFTA) 사무국 1층 국제회의실에서 회담장소를 제공한 스위스의 켈렌 버거 외무차관의 성공적 회담진행을 기원하는 환영사로 공식 개막됐다.

미국에 이어 한국.중국.북한 순서로 각국 수석대표는 서로를 치켜세우고 회담을 잘해 볼 것을 다짐하는 환영사를 각 2분정도씩 주고받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4개국 수석대표는 사진기자들을 위해 잠시 포즈를 취하고 10시15분쯤 보도진을 모두 퇴장시킨 뒤 1차 회담 의장국인 미국의 스탠리 로스 수석대표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 의 인사말에 이어 환영사를 한 반대 순서로 각 수석대표가 기조발언을 하면서 본격적인 비공개 회담에 돌입. 김계관 (金桂寬.외교부 부부장) 북한 수석대표가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았고 이어 중국.한국.미국의 순서로 각각 5~10분 정도에 걸쳐 회담에 임하는 각국의 기본입장을 개진. 회담장에는 정사각형으로 설치된 대형 테이블을 둘러싸고 미국 - 중국, 한국 - 북한이 마주 보는 형태로 자리를 배치.

…각국 수석대표의 기조발언은 대부분 4자회담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하면서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함으로써 항구적 평화를 이룩해야 한다는 기본원칙 천명에 할애. 한국과 미국은 전날 양자회담에서 기조발언 내용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양측 모두 평화체제 전환 전까지는 기존의 정전협정 준수 필요성과 남북 기본합의서를 신뢰구축과 긴장완화 방안 논의의 토대로 삼아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피력했다.

특히 각국은 기조발언에서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원론적 입장만 확인하는 선에서 그쳐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기색이 뚜렷. 오전회의를 끝내기에 앞서 남북한과 중국등 3개국은 2차 본회담 의장국을 선출하기 위한 제비뽑기를 실시했다.

…회담 개막 전야 스위스 정부가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4개국 대표단을 위해 베푼 환영 리셉션에서 김계관 북한 수석대표는 한국의 대선 (大選) 상황에 깊은 관심을 표명해 눈길을 끌었다.

金대표는 한국측 대표인 이시영 (李時榮) 주 프랑스대사와 환담하면서 가장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를 묻는 등 대선의 판세를 소상히 꿰고 있는 듯한 인상을 풍기기도. 한편 金대표는 리셉션장 입구에서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본회담에서 거론할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그건 원론적 얘기 아니냐" 고 말해 거론 가능성을 시사해 주목. 제네바 = 배명복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