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신영옥 독창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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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소프라노 신영옥의 연주를 접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시종일관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안정감이다.

소름끼치도록 짜릿한 흥분의 순간은 적지만 음악회가 끝난 후에도 감동의 여운은 오래 지속된다.

지난 5일 울산 문예회관에서 전국 순회공연의 대장정에 돌입한 신영옥은 최상의 컨디션과 수준높은 프로그램으로 청중을 매료시켰다.

'리골레토' '루치아' 등의 오페라 주역으로 세계 무대에서 활약중인 신영옥이 예술가곡으로 자신의 음악적 지평을 넓혀가는 모습은 보기에도 흐뭇하다.

피아노 반주는 오케스트라 반주에 비해 덜 화려하지만 마치 흑백사진처럼 깊이있는 톤으로 작품 자체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신영옥은 프랑스.이탈리아 가곡이 갖는 언어적 장벽을 표정과 음악적 표현으로 극복해내 청중의 감동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리스트의 '그들은 말했다, 어떻게' 에서는 기타 반주를 연상하게 하는 피아노 반주와 함께 묻고 답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1인2역의 극적인 내용을 오페라 못지 않은 표정과 연기로 잘 살려냈다.

프랑스 가곡의 금자탑으로 손꼽히는 '오! 내가 잠들었을 때' 에서 보여준 풍부한 이미지와 뉘앙스는 오페라 무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연기자와 청중 모두가 가장 편안한 느낌을 가졌던 것은 역시 벨리니의 '난 어여쁜 처녀라네' , 비제의 '너의 마음을 열어라' 등 오페라 아리아풍의 화려한 기교가 가미된 작품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정교한 음의 세공술 (細工術) 로 영롱한 음색을 선보인 피아니스트 안토니 매놀리는 성악가의 호흡에 따라 템포를 여유있게 조절하는 기민성을 발휘했다.

소프라노 신영옥은 11일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13일 청주 공군사관학교 성무관, 16일 광주문예회관 공연을 남겨두고 있다.

울산 =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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