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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를 보는눈' 기획전…국립현대미술관서 9일부터 98년 3월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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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불과 1백년이 채 안됐지만 국내에서 근대미술에 관한 자료는 매우 부족하다.

서구미술이 일본을 통해 유입됐다는 사실, 그리고 일제하라는 특수환경과 잇따른 전쟁등으로 자료가 부족하다보니 자연 연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최만린) 은 서양미술 도입부에서 50년대까지 한국 근대미술 전기간의 작품을 총망라해 보여주는 '근대를 보는 눈' 이라는 전시를 마련한다.

도록에서만 보았던 명작을 비롯, 잘 알려지지 않은 당시 작품등 3백여점을 한자리에서 보여줌으로써 한국 근대미술을 재평가하고, 나아가서 근대미술사를 새로 쓰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9일부터 내년 3월 1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한국 최초의 서양화가인 고희동 (高羲東) 의 작품과 동경미술학교를 최우등으로 졸업한 천재화가 김관호 (金觀鎬) 의 '해질녘' 같은 명화를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동시에 국내 미술계에서 처음 공개되는 새로 발굴된 작품 50여점도 함께 선보인다.

한국미술사에서 근대를 어느 시점부터 보느냐 하는 관점은 학계내에 아직 일치점을 찾지 못한 상태. 하지만 이 전시에서는 20세기 이전 개화기를 곧 근대미술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이런 관점에 따라 전시는 시기별로 '양풍미술의 수용' '유화가의 탄생과 화단 형성' 등 다섯 단계로 나누어 구성해 있다.

또 국내 작가 뿐아니라 휴버트 보스의 '고종황제 어진' 같은 작품도 함께 소개돼 서구미술이 국내작가에게 어떤 구체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이같은 전시가 처음 열리는 것은 아니다.

이미 지난 92년 호암갤러리에서 '한국 근대미술 명품전' 을 열어 1910년에서 60년대의 작품 1백여점을 선보인 적이 있다.

또 89년에는 일본공보문화원 실크갤러리에서 '동경미술대학 43인의 얼굴' 이라는 이름으로 이 대학이 소장하고 있는 초창기 한국작가 43명의 자화상을 보여주었다.

이번 전시는 이런 모든 전시 성과를 포괄하면서 거기에 담지 못했던 근대미술의 숨겨진 부분을 말하고 있다.

한국 근대미술이라고 하면 흔히 개화기 이후 일본을 거쳐 들어온 양화만을 생각한다.

하지만 서양화 기법, 즉 명암법이나 원근법등은 이미 18세기 화가들의 작품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강세황 (姜世晃.1713~1791) 과 김두량 (金斗樑.1696~1763) 의 작품들과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맹견도 (猛犬圖)' 등 근대미술의 도입부 작품들을 함께 전시해 한국 근대미술의 도입이 현대미술에 미친 영향까지 폭넓게 보여준다.

전시와 함께 내년 3월7일에는 국립현대미술관과 한국근대미술사학회 공동으로 '한국근대미술의 쟁점' 이라는 학술대회를 연다.

여기서 보다 다양한 논쟁들이 부각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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