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미룰 수 없는 분양가 자율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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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IMF 구제금융을 받게 돼 온 나라가 초상집 분위기다.

그러나 이제 지나친 비관이나 터무니없는 낙관보다 차분히 각자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이는데 한층 매진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

특히 우리 스스로 시장경제의 기초가 되는 제도와 관행을 만들어 국제규범과 부합시키는 것이 다시 경쟁력을 갖추고 무너진 국가신인도를 회복하기 위해 시급한 과제다.

이런 관점에서 각종 규제 등으로 금융분야 못지 않게 투명성이 결여되고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부문이 건설분야다.

이미 건설업은 명목상 개방된 상태지만 업종 및 자격에 따른 진입제한이나 가격규제 등 시장기능이 상당부분 제한돼 있다.

그중에서 주택건설 및 공급과 관련한 아파트분양가 규제나 소형평수건설 의무비율 등은 규제가 복잡하고 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대표적인 예다.

최근 지방을 중심으로 분양가가 자율화됐으나 가장 핵심적인 수도권은 여전히 규제가 계속되고 있다.

이같은 장기간에 걸친 분양가 규제는 프리미엄을 노린 투기를 성행시켰으며, 이에 따른 주택 가수요를 불러일으켰다.

또 가격이 묶여 있으니 건설업체는 기술개발에 투자하지 않음은 물론 이윤을 높이기 위해 부실시공을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편 주민들은 원하는 수준에 못미치는 아파트가 지어지니 불법개조도 서슴지 않는 등 수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뿐만 아니라 분양가 규제는 건축자재산업 등 관련산업의 발전도 저해해 지난해말 기준으로 건축자재수입에만 3조원이 넘는 외화가 쓰였다.

그동안 분양가 자율화는 주택가격 상승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 때문에 추진이 계속 미뤄져 왔다.

그러나 시장기능을 인정한다면 분양가의 일시적인 상승은 공급 확대에 의해 결국 안정될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앞으로 IMF와의 협약에 따른 긴축재정으로 공공분야 건설수요는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민간부문 건설활동을 촉진하는 것이 건설업 발전, 나아가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건설분야 규제완화에 박차를 가해야 하며 그 핵심중 하나가 분양가 자율화 및 그에 따른 주택공급과 관련한 복잡한 규제의 폐지가 될 것이다.

한편 시장기능에만 맡길 수 없는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문제는 주택공사나 지방정부 등 공공이 중심이 돼 임대주택건설 등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신혜경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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