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이인제후보 부산서 숨가쁜 격돌…김대중후보는 경기서 표밭갈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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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투표일을 열흘 앞둔 8일 주요 3당 후보들이 지방유세를 강화하는 등 유권자와의 직접접촉에 나섰다.

막판 부동표를 잡기 위해서다.

이회창 (李會昌) 한나라당.이인제 (李仁濟) 국민신당후보는 부산에서,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후보는 경기지역에서 숨가쁜 유세전을 펼쳤다.

이회창후보는 부산지역 민심을 끌어안기 위해 총력 승부수를 던졌다.

30분간격으로 14차례의 거리유세.현장방문 등 부산 전역을 누볐다.

李후보는 서부터미널.영남시장.부산역광장 연설 등에서 김대중후보가 주장한 정권교체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金후보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하지만 돈정치.낡은 정치에 물든 3金이 물러가고 깨끗한 정치인이 등장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정권교체" 라고 역설했다.

李후보는 또 "유럽의 말썽꾸러기로 전락한 대영제국을 살려낸 인물은 국가경제의 어려움을 솔직히 국민에게 토로하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킨 대처 전총리였다" 며 "대처같이 정직하고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이 되겠다" 고 다짐했다.

한편 李후보는 이날 아침 임진각 망배단을 찾아 인근 초소의 장병들을 격려하며 "어찌됐든 내 아이들이 군대에 가지 않아 군에 복무하는 여러분에게 특히 미안하다" 며 "대통령이 되면 최선을 다해 안보를 튼튼히 해 국토방위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 고 이해를 구했다.

이인제후보는 박찬종 (朴燦鍾) 전의원과 공동기자회견.공동유세로 부산을 헤집고 다녔다.

재래시장과 번화가를 돌며 '게릴라식' 유세로 서민과 젊은층의 표심을 대세로 유도하는데 주력했다.

이날 오전 동아대앞 유세에서 "이회창후보에게 표를 찍으면 DJ가 되니 젊은 이인제를 뽑아달라" 며 역공에 나서기도 했다.

이인제후보는 이어 부산 구포시장.동래시장.국제시장등을 돌며 "박정희 (朴正熙) 전대통령이 5.16혁명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것처럼 부산시민의 지원으로 한강을 건너 제2의 경제기적을 이루겠다" 고 말했다.

朴전고문은 옆에서 "부산의 후보" 임을 강조하며 몰표를 당부했다.

한편 이날 내원정사 법회에는 이인제후보와 서석재 (徐錫宰) 최고위원 외에 한나라당의 조순 (趙淳) 총재.권익현 (權翊鉉) 고문.권철현 (權哲賢) 의원도 참석해 부산에 쏟는 두 李후보측의 성의를 엿보게 했다.

김대중후보는 최대 승부처의 하나인 경기지역 공략을 시작했다.

8일 오후 비가 내려 질퍽거리는 의정부 제일시장 지하 노상 분식집. 金후보는 그곳에서 이 지역 상공인들과 떡만두국을 먹었다.

밖에서는 코리아나가 '우리는 하나' 를 열창했다.

金후보는 숟가락을 들 사이도 없이 "IMF위기는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과 이회창후보등 정책 책임자들의 무능탓" 이라며 열변을 토했다.

"이번 선거에서 이들을 심판하고 준비된 후보를 선출, 경제위기를 벗어나자" 고 주장했다.

점심을 드는둥 마는둥 비를 맞으며 의정부 시장을 구석구석 뒤지고 다녔다.

시장 한 구석의 간이연단에 올라 즉석연설도 했다.

연설이 끝나자 시장할머니가 그동안 모은 돈이라며 경제회생에 써달라고 성금 5백만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그는 이에 앞서 일산의 한 식당에서 긴급경제회견을 가진 뒤 일산 서울은행지점에 들러 계좌를 개설하고 일산시장을 방문했다

부산 = 최훈.채병건, 일산 = 신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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