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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90주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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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건국기의 헌법상 인민의 기본권리와 의무는 이하에 의거. 가.노동권, 휴식권, 피보험권, 면비수학권(免費修學權) (…).”(대한민국 건국강령 3장 4. 1941년 9월28일).

임시정부 요인 42명의 밀랍상. 독립기념관은 임정 수립 90년을 맞아 전시 공간을 새롭게 단장해 ‘새나라 세우기관’을 10일 재개관했다. 임정 요인상에는 터치 스크린 방식을 적용해 화면 속 인물에 손을 대면 해당 요인의 밀랍상에 조명이 비춰지며 인물 설명이 나오도록 했다. 이와 함께 기념관은 김구가 피신 생활을 하던 가옥과 소형 선박의 실물 모형을 제작, 체험할 수 있게 하는 등 관람객이 더 호응할 수 있도록 꾸몄다. [독립기념관 제공]


1919년 4월11일 중국 상하이에서 오늘날 헌법에 해당하는 대한민국 임시헌장이 공포됐다. 도산 안창호(1878~1938)는 이 헌법정신을 두고 “과거에는 황제가 1인 밖에 없었지만 금일에는 2000만 국민이 모두 황제”라고 감격했다. 성별과 신분·재산의 차별을 받지 않는 공화국. 국민 모두가 황제가 되고, 대통령이 노복이 되는 나라. 13일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이하 ‘임정’) 수립 90주년을 기념하는 날이다. 올해는 한국의 독립과 대한민국 현대사와 관련한 계기년이 많다. ▶3·1운동 90주년 ▶‘임정’ 90주년이며, 10월 26일은 안중근 의거 100주년이다. 내년은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국권침탈 100년이 된다. 한국 현대사에서 독립운동의 의의를 되새겨야 하는 한 해라고 하겠다.

◆‘임정’ 정신 재조명 열기=‘임정’을 재조명하는 학술대회가 국내외에서 많이 열렸다. 특히 ‘임정’ 헌법에서 근대 국가의 자립적 비전을 재발견하는 논문이 주목 받았다. 홍성태 상지대 사회학과 교수는 10일 학술대회에서 “‘임정’은 노동권뿐 아니라 휴식권을 제시하고, 서구에서조차 남녀평등이 초기단계에 머물렀을 때 남녀평등을 크게 강조했다”며 선진적 근대국가를 추구했던 ‘임정’의 의의를 재평가했다. 한상도 건국대 사학과 교수는 “‘임정’ 헌법은 자본주의·자유민주주의·인도주의 이념을 기본 가치로 삼으며 수정자본주의나 사민주의 형태의 복지국가를 표방했다”고 설명했다.

연합군 일원으로 일본군과 싸운 군사활동을 재평가하는 논문도 발표됐다. 박민영 독립기념관 연구원은 11일 중국 충칭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 한국광복군 ‘인면전구공작대(印緬戰區工作隊)’를 재조명했다. ‘인면전구(印緬戰區)’란 인도와 미얀마(버마) 전선을 말한다. 박 연구원은 1943년 인도·미얀마 접경 도시 임팔에서 벌어진 전투에 투입된 광복군의 활약상을 통해 세계 제2차 대전 참전국가로서 ‘임정’의 위상을 재평가했다. 임팔 전투는 일본군 사상자가 6만 5000명에 달할 정도로 태평양 전쟁의 분수령이 된 대격전이었다.

국사편찬위원회(이하, ‘국편’)는 지금까지 29권이 간행된 『대한민국임시정부 자료집』의 내년 완간(전 40권)을 목표로 올해 10권의 자료집을 낼 예정이다.

◆독립운동사로 푸는 5월 ‘역시’=다음달 23일에 치르는 ‘제6회 역시’는 근·현대사 부문에서 독립운동사를 중점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역시’(歷試, 한국사능력검정시험)는 국편이 주관하고 중앙일보가 후원하는 한국사 대중화 사업이다. 최영묵 국편 비서관은 “역시에서 근·현대사 분야는 20% 정도를 차지한다”며 “이번 역시가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의 의의를 깨닫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www.historyexam.go.kr)을 통해 30일까지 응시 신청을 받는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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