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혐의 이익치 전 회장, 공소시효 만료 전날 기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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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증권에 거액의 지급보증 피해를 떠안긴 혐의로 4년 동안 검찰 조사를 받아 온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 공소시효 만료를 하루 앞두고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부장검사 국민수)는 30일 업무상 배임 혐의로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을 지난달 29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1997년 6월 현대전자가 현대투신 주식을 담보로 캐나다계 은행 CIBC에서 외자를 유치할 당시 3년 후 담보물을 현대중공업이 재매입하도록 하게 하기 위해 이사회 결의 없이 자신의 명의로 "현대중공업이 매입하는 주식을 현대증권이 책임지고 매각해 준다"는 보증각서를 써준 혐의다.

이씨가 각서를 써준 날은 97년 7월 1일로 검찰의 기소는 업무상 배임 혐의의 공소시효(7년) 만료일을 하루 앞둔 시점이다.

검찰 관계자는 "2000년 참여연대의 고발로 수사를 시작하면서 이씨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죄(공소시효 10년)를 적용할 생각이었지만 최근 판례를 검토한 결과 특경가법 적용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각서를 써줄 당시에는 미래에 발생할 정확한 피해액을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에 특경가법상 배임죄 적용이 어렵다는 게 법원 판례여서 서둘러 형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씨는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자살로 이어졌던 현대비자금 사건과 관련해선 아직 어떤 혐의로도 기소되지 않은 상태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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