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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얼굴의 전자우편…그리움도 기다림도 속전속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자판 두들겨 사연을 담고 '편지보내기' 클릭! '편지를 보냈습니다' . '확인' 을 다시 클릭!끝이다.

배달사고? 염려없다.

무사히 도착했는지 알고 싶으면 '발신편지확인' 에 가보면 된다.

간혹 시스템 장애가 있긴 하지만 무시해도 좋을 정도. 전자우편의 등장은 확실히 복음이었다.

편지지는 기본적으로 필요없고 펜대신 키보드로. 물론 우체국에 갈 필요도 없다.

이런게 나오려고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던' 것인가.

편지 한번 쓸라치면 웬 파지 (破紙) 는 그렇게 많이 나는지. 꽃무늬 편지지에 밤새워 쓴 사연도 아침에 일어나서 읽어 보면 도대체 남부끄러워서 보낼 수가 없다.

다시 처음부터 다시. 그러다보면 이젠 체력이 딸려서 제풀에 지치게 마련이다.

첨단문명의 이기 컴퓨터와 모뎀을 만나 옛날 그편지들은 이제 상자 속에 아련한 추억이 되어 갇혀 있을 뿐. 추억은 인간의 급소라 했다.

그러니 비판이 따라붙게 마련. " '정성' 이라는 알맹이는 어디 가고 '편리' 라는 껍데기만 남았다. "

그런 말이 지금 와서도 통할까. 하긴 원래 '핸드 메이드' 가 비싼 법이긴 하지만…. 차가운 전자우편이라고? 섣불리 그를 냉혈한이라 비난하지 말라. 그놈의 격식타령으로 얼마나 긴 시간을 허송세월했는가.

상투적으로 들리겠지만 어차피 중요한 건 내용이다.

여기다 기다림의 혹독한 열병을 앓아본 사람이라면 '리얼 타임' 으로 다가서는 전자우편으로 아픔을 덜 수 있을 듯. 등짐이 무거워서야 어찌 사랑을 불태울 수 있으랴. 한결 따끈한 전자우편 - .그래, 자주자주 소식 전하고 살자고. 그리고 전자우편의 '동보주소록' 기능을 아시는지. 수신인을 최대 40~50명까지 지정해 한꺼번에 전송하는 것. 한명한명씩 일일이 각개격파할 모습을 상상하면 아찔해진다.

물론 편지를 읽는 이가 다수이기에 종이편지에 비하면 덜 감성적이고 덜 개인적이다.

하지만 각종 경조사니 친목모임등의 연락을 이렇게 처리하고 만나니 얼마나 경제적인가.

이 곳에서 가슴 설레던 그옛날의 펜팔도 재현한다.

잡지 뒤켠에 어김없이 자리잡고 있던 '친구가 되고 싶어요' 란의 현대적 변주 (變奏) 인 셈인데…. 이름하여 콤팔. 수제품 편지와 형태에선 많이 달라졌지만 무언가 마음을 전하고 사람을 만나는 '끈' 을 잃지 않으려는 뜻만은 의연하다.

세월은 가도 정 (情) 은 남는 법. 그러니까 '전자' 우편이 아니라 전자 '우편' 이다.

문득 떠오르는 엉뚱한 생각 하나. E메일로 국군장병에게 위문편지를 보낼 그날은 언제쯤일까.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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