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실천이 경제살린다]17년간 저금통 만든 기업인의 '동전철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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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울 도봉경찰서에는 사무실마다 빨간 돼지저금통이 눈에 띈다.

모두 송인동 (宋寅東.42) 경찰서장의 돼지저금통이 낳은 1백마리의 자식들이다.

宋서장은 지난 5월 자신이 1년간 한푼두푼 모아온 저금통을 쪼개 나온 동전 7만여원으로 저금통 1백개를 구입, 경찰서 직원들에게 하나씩 나눠준 것이다.

10년전만 해도 집집마다 한두개씩은 가졌던 빨간 돼지저금통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한때 전국에 10여개였던 돼지저금통 공장은 3~4개로 줄었고 서울에는 17년된 '선진기업사' (대표 金達浩.48.서울 성동구 사근동) 만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76년 고향인 전남신안을 떠나 서울에 올라온 이래 빨간 돼지저금통과 함께 반평생을 보낸 金사장을 지금까지 이끌어온 것은 '동전 = 모래알' 이라는 저금 철학이다.

"동전이라는게 모래알 같아서 모을 땐 표시가 안나지만 나중에 보면 꽤 쌓이는건데…. 요샌 애들도 동전을 우습게 봐요. " 金사장은 상경과 동시에 한 돼지저금통 공장에 취직, 3년간 자신이 찍어낸 10~50원짜리 저금통을 팔러 전국을 누볐고 80년부터는 지금의 공장으로 자립했다.

"당시엔 아이들이 저금을 참 많이 했어요. 아빠 구두를 닦거나 엄마 심부름을 하고 받은 용돈을 차곡차곡 모아 돼지저금통에 넣었지요. 가득찬 저금통을 쪼개는 재미도 쏠쏠했고요. " 요즘 저금통 값은 개당 3백~2천원. 수익을 계산하면 한심하지만 그래도 천직이라 여기고 저금통 만들기를 고집하고 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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