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맛좋게 품종 개량’ 이 나쁜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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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격리된 낙원
로베르 바르보 지음
강현주 옮김, 글로세움
288쪽, 1만3000원

‘생물 다양성’ 확보의 중요성과 가치, 이를 위한 방법을 담았는데 내용이 다채로우면서도 설득력 있다.

프랑스 출신으로, 세계적인 생태학자인 지은이는 생명은 30억 년 전부터 다양성과 변화라는 두 가지 특징을 보이며 발달해 왔으며 진화는 지금도 진행 중이라 일깨운다.

1950~98년 사이에 세계 교역 규모는 16배나 커져 외래종이 토착종을 위협하고 나아가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할 기회가 늘어났다. 또 시장 반응이 좋은 재배품종을 선택하다 보니 영국의 오렌지색 피핀 사과, 미국의 노란색 골든데리셔스 사과가 시장의 95%를 차지할 정도가 됐다. 생물 다양성을 위협 하는 요인은 이뿐만이 아니다.

항생물질과 살충제의 남용도 진화의 속도와 방향에 작용한다. 한때 만능살충제로 불리던 DDT는 1939년 발명됐지만 48년 DDT저항력을 가진 집파리가 발견됐다. 상황은 갈수록 나빠져 91년 현재 500여 종의 곤충이 적어도 한 종류 이상의 살충제에 저항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생태계의 변형이 일어나고 생물 다양성이 줄어들면 피해는 결국 인간에게 돌아간다. 전염병에 취약지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예를 들어 살충제나 항생제에 대한 곤충이나 병원균의 진화론적 대응으로 미국에서만 연간 약 400억 달러의 비용이 든다는 보고도 나왔다.

그럼 대안은 없는가. 지은이는 국립공원이나 자연보존지역 지정이 단순처방이라 꼬집는다. 보호지역 내 야생 생물종 보호에 그칠 게 아니라 지구 생태계를 보호하는 관점에서 생물 다양성 확보 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근거에서다. 그 방법의 하나가 ‘더불어 싸우기’이다. 중국에선 다양한 품종의 벼를 함께 경작하는 ‘혼합 경작’을 실시한 결과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한다.

사자에서 일개미까지 다양한 종의 사례를 든 덕분에 읽는 재미도 만만찮은 ‘생태학 교본’이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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