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진출한 다니엘 헤니 “로맨틱 가이, 이젠 터프 가이로 변신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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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뉴질랜드에서 촬영할 때부터 헤니가 한국인들에게 얼마나 인기 있는 배우인지 실감했어요. 퀸스타운을 지나가는데 갑자기 한인들이 몰려 헤니에게 선물을 주고 사인을 받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저요? 저는 그냥 옆에 서 있었죠.”

10일 서울 중구 한국의 집에서 열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엑스맨 탄생-울버린’(30일 개봉) 기자회견에서 주연배우 휴 잭맨(41·右)은 옆자리에 앉은 다니엘 헤니(30·사진左)를 바라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헤니는 할리우드 진출작이자 ‘엑스맨’ 시리즈의 프리퀄(원작보다 앞서 벌어진 내용을 다루는 속편)인 이 영화에서 군사실험 프로젝트로 세계에서 가장 힘센 존재가 된 울버린(휴 잭맨)을 뒤쫓는 돌연변이 저격수 ‘에이전트 제로’를 연기했다.

필요에 따라 민간인 살상도 서슴지 않는 악역이다. 잭맨은 “헤니가 출연했던 영화를 봤는데 ‘저 친구라면 까다로운 대규모 액션 장면도 잘 해낼 수 있겠다’라는 믿음이 들더라”고 거듭 추켜세웠다.

한국 방송계에서 ‘내 이름은 김삼순’의 헌신적인 의사 역으로 스타덤에 올랐던 전력을 돌이켜보면 헤니로서는 파격적인 변신이다. 이런 변화에 대해 헤니 자신이 한마디 했다. “‘에이전트 제로’는 터프하고 냉정하고 남성적인 인물이죠. 다니엘 헤니 하면 미국에서 태어나 영어 잘하고 부드럽고 낭만적인 남자라는 고정관념이 있는 걸 잘 알아요. 오늘날의 저를 만든 게 ‘로맨틱 가이’로서의 이미지인 건 맞지만 이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헤니의 ‘엑스맨’ 출연은 지난해 초, 그가 주한미군 입양아로 나온 ‘마이 파더’(2007)를 봤다는 ‘엑스맨’ 캐스팅 디렉터의 난데없는 전화 한 통으로 전격 결정됐다.

헤니의 ‘글로벌한’ 조건, 즉 휴 잭맨보다 더 큰 키와 훤칠한 외모, 유창한 영어 실력이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헤니로서도 일생일대의 기회 앞에서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아시아계 배우로서 할리우드에서 분명 한계는 있겠죠. ‘아시아 배우니까 악역을 맡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일리 있어요. 사실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는 이런저런 사정을 따질 시간적 여유가 없었어요. 다만 제 직감을 믿었고, 촬영기간 내내 인간이냐 돌연변이냐를 둘러싼 정체성 혼란을 비롯해 여러 내면의 아픔을 지닌 캐릭터로서 개성을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 수 있을까에 집중했죠.”

두 배우는 서울시 홍보대사로도 나란히 활동하게 됐다. “사업차 한국에 자주 왔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한국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고,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은 갈비를 먹으러 한국식당에 간다”는 잭맨은 이날 열심히 연습한 티가 역력한 한국어도 들려줬다. “서울 와서 좋아요. 기분 짱이에요. 감사합니다.” 

글=기선민 기자, 사진=20세기폭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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