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측 2007년 청와대서 100만 달러 돈가방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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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현 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가 각각 9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사저에서 산책하고 있다. 사과문 발표에 이어 사저 뒤 봉화산에서 산불까지 발생해 봉하마을은 종일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연합뉴스]

대검 중앙수사부는 박연차(64·구속) 태광실업 회장이 정상문(63)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 100만 달러를 준 혐의가 드러났다고 9일 밝혔다. 이 돈은 여행용 가방에 담겨 정 전 비서관의 청와대 사무실로 건네진 것으로 조사됐다. 정 전 비서관은 이 돈을 권양숙 여사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검찰은 노 전 대통령에게 건네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돈 전달 시점은 2007년 6월로 확인됐다. 최근 수사에서 박 회장은 같은 달에 정대근(65·구속) 당시 농협중앙회장에게 홍콩의 계좌를 통해 250만 달러를 준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이 돈을 박 회장이 농협 자회사인 휴켐스 인수 과정에서 도움을 받은 데 대한 대가로 판단했다. 검찰은 청와대로 전달된 100만 달러 역시 박 회장의 사업 확장과 관련됐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돈이 전달된 시점을 전후해 차용증 작성이나 이자와 변제 방법에 대한 약속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100만 달러에 대해 “노 전 대통령 측에서 돈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전해와 청와대로 돈을 들고 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 측의 요청이 있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돈의 사용처를 확인할 방침이다. 노 전 대통령 부부는 2007년 6월 30일∼7월 7일 미국 하와이와 시애틀을 경유해 과테말라에 다녀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노 대통령 부부가 시애틀에 들렀을 때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아들 건호씨를 잠시 만났다는 정보가 있어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이 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 대가 관계가 확인되지 않아도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로 사법처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한편 검찰은 이날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강금원(57) 창신섬유 회장을 구속했다. 강 회장은 창신섬유와 시그너스 골프장을 운영하면서 회사 돈 266억원을 횡령하고 법인세 16억원을 내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강 회장을 상대로 노 전 대통령에게 돈을 건넸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이철재·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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