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양, 보호무역 저지 … 한국이 G20 주도적 역할 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7일 오후 사공일(사진) 무역협회장을 찾았다(사공 회장은 G20 기획조정위원장이다). 어렵사리 자리를 같이한 G20 정상들의 합의가 북한 로켓 발사 사건과 겹쳐 제대로 평가를 못 받은 건 아닌가 싶어서다. 아니나 다를까 기자를 보자마자 낮은 평가에 대한 아쉬움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런던 G20 정상회의를 평가하면.

“성공적이었다.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를 극복하는 데 기여할 구체적인 시책들에 대해 정상들이 합의했다. 그래서 정상회의 직후 세계 금융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 것이다. 이제부터 그 합의에 대한 철저한 집행이 뒤따라야 한다.”

-국내 평가는 그다지 좋지 않다.

“이번 정상회의는 우리나라가 지구촌 유지 모임의 좌장단의 일원으로서 정상회의 의제 설정, 코뮈니케(정상선언문) 초안 작성 등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는 우리나라 외교사의 대전환이다.”

-우리가 어떤 역할을 했나.

“‘의제의 균형’을 한국이 주도했다. 처음에는 금융 규제·감독 체제 개편에 무게가 실린 의제들이었다. 이를 경기부양과 보호무역주의 저지를 위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도록 조정하는 데 한국이 큰 역할을 했다.”

-G20회의가 글로벌 경기 안정에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던데.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각국이 마련한 5조 달러의 경기부양책이 제대로 집행된다면 세계경제를 4%포인트 끌어올리고, 그 결과 내년 성장률이 2%에 달한다고 한다. 거기에 신흥경제국 등의 수요 진작에 도움이 될 수 있게 1조1000억 달러의 자금을 공급하기로 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으로 하여금 각 나라의 경기부양책에 관해 정규적으로 보고토록 해, 필요시 새로운 조치가 가능해졌다.”

-경기부양 합의에 따라 우리가 뭘 해야 하나.

“28.9조원 규모의 추경을 포함하면 우리나라는 올 한 해 동안 GDP의 4%에 해당하는 확대 재정정책을 실시하게 된다. 중국·미국과 함께 가장 앞서 선제적 조치를 취하는 나라가 된다. 국회에서 추경안을 빨리 처리해 우리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경제 전체의 조기 회복에 기여해야 한다.”

-11월 워싱턴 스탠드스틸(Standstill·향후 새로운 보호무역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약속) 선언에도 불구하고, 17개국이 이걸 어겼는데.

“그렇다고 지난해 G20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주창해 채택된 스탠드스틸의 성과가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취해진 보호무역 조치들은 세계무역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것은 아니라는 게 세계무역기구(WTO)의 분석이다. 게다가 이번 런던 정상회의에서는 워싱턴 회의 이후 취한 보호무역 조치들을 즉각적으로 원상복구해야 한다는 우리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또한 스탠드스틸을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다른 나라들이 보호무역 조치를 하는데 우리는 가만히 있어야 하나.

“우리나라는 자유무역에 힘입어 성공했고 오늘 여기까지 발전하게 된 나라다. 보호무역 조치를 최대한 자제해 자유무역 분위기 조성에 기여해야 한다.”

-금융규제 감독에 관한 합의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각국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 아니었나.

“금융안정화포럼(FSF)을 확대 개편해 만든 금융안정화위원회(FSB)는 각국의 금융감독기구와 협력해 금융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확보하고 주요 금융기관의 위험관리도 점검하며 필요시 조기경보도 하게 된다. 분명히 위기재발과 금융안정에 기여할 것이다.”

-우리는 규제를 어떻게 해야 하나.

“금융기관에 대한 건전성 규제는 강화해야 하겠지만, 금융산업의 선진화와 효율화에 저해되는 규제는 풀어야 한다.”

-한·미FTA 어떻게 해야 하나.

“이번 런던 한·미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이 한·미FTA는 양국의 경제관계 이상의 중요성을 갖는다는 데에 인식을 함께했다. 우리 국회에서 이를 빨리 비준 동의해야 한다.”

-재협상 가능성이 있는데도 비준을 해야 하나.

“양국 정부 어느 쪽에서도 재협상이란 말을 쓴 적이 없다. 재협상을 요구해올 가능성이 있다면 우리가 더 빨리 비준 동의해 미측의 재협상 요구를 선제적으로 막아야 한다.”

김정수 경제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