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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시장은 지금 '특허 전쟁' 중소기업도 정보로 무장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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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최근 음악 감상이나 어학 학습용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MP3 플레이어가 선풍적 인기를 얻고 있다. 작고 가벼울 뿐 아니라 구현되는 기능이 참으로 다양해 길을 걷거나 심지어 운동할 때에도 많은 사람이 애용하고 있다.

MP3는 중소기업이 뛰어들기에 적합한 아이템이어서 현재 많은 국내 중소기업이 이를 제조.판매하고 있다. 그 중 몇몇 업체는 좁은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이는 불과 몇 해 전만 하더라도 난공불락처럼 여겨졌던 일본 주도의 워크맨 시장이 국내 중소기업에 의해 MP3 시장으로 대체되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MP3 원천기술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외국 기업들이 국내 제조업체를 상대로 무차별 특허 공세를 취하고 있다. 특허분쟁에 직.간접으로 연루돼 신규 투자유치가 보류되거나 코스닥 등록이 좌절되는 등의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은 대부분 정보나 인력 등이 총체적으로 부족해 특허분쟁에 미리 대비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특허분쟁에 한 번 휘말리게 되면 한 단계 도약을 위한 문턱에서 발목을 잡힐 수 있다. 심지어는 사업을 정리해야 하는 아픔을 겪을 수도 있다.

물론 국제 특허분쟁에 대비하기 위해 그간 정부 차원에서 지원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사후 대책에 집중돼 있어 이미 발생한 분쟁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 매우 부족한 중소기업에는 적절한 처방이었다고 볼 수 없다. 우리 중소기업이 국제 특허분쟁에 휘말리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예측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절감해야 한다. 이는 선진 다국적기업들이 특허풀 등의 기술 카르텔을 구축해 그물망을 더욱 좁혀가고 있는 오늘의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절실하다.

특허청은 국제 특허분쟁이 가장 빈번히 발생하는 전기.전자분야를 중심으로 세부 기술분야별 분쟁 예측 정보를 수집.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해당 세부 기술분야의 중소기업체를 대상으로 마치 특정 지역의 기상예보와 흡사한 형태로 가공해 제공하는 국제 특허분쟁 예보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정보가 있어도 찾아볼 만한 여력조차 갖고 있지 못한 중소기업체의 현실을 고려해 적재적소에 뉴스레터 식으로 뿌려 주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주요 사안의 경우 심층 분석 데이터를 추가 생산해 제공할 생각이다.

정부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지만 시장경제 체제 아래 정부는 시장의 큰 흐름 위에서 일정 부분 조타수 역할을 할 뿐이다. 거센 파도에 맞서 꾸준하게 노를 저어야 할 주인공은 바로 해당 중소기업이 되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국제 특허분쟁은 대기업의 문제 만이 아님을 인식하고 모두가 각별한 관심을 갖고 특허전쟁에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대비해야 한다.

김종갑 특허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