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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그 환자] 9년 전 수술한 새댁, 눈은 어떠신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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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G임안과 김준순 원장은 “합병증 있는 망막환자의 수술은 세밀한 진단과 함께 필요 여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필요한다”고 말한다. 조영회 기자

대학병원에 근무할 때 망막을 전공하기 시작하면서 만난 여러 환자들, 때로는 의사로서의 기쁨과 보람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슬픔과 절망감을 주기도 한다.

내가 전공한 망막이란 분야가 안과의사에게도 가장 어렵고 복잡한 분야로 환자를 대할 때의 마음가짐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망막이란 안구를 만들고 있는 3층 중 가장 안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시신경이 분포되어 있는 투명하고 얇은 신경막으로 눈을 카메라에 비유한다면 필름에 해당된다. 우리가 물체나 글자를 볼 때 그 상이 망막에 의하여 뇌에 전달되어 인지하게 된다. 즉, 망막은 우리 눈에 들어온 빛을 전기신호로 바꾸어 신경을 통하여 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므로 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눈의 가장 안쪽에 위치하여 오직 동공을 통해서만 볼 수 있어 접근이 어렵고, 혈관과 신경이 촘촘하게 얽혀 있는 아주 얇은 막으로 매우 예민한 곳이다. 각막이나 수정체 등은 이식이나 인공물로 대체할 수 있게 되었지만 망막의 경우는 자칫하면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당뇨망막병증의 경우에는 실명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망막을 전공한 의사에게는 항상 큰 장애물로 다가오게 된다.

당뇨망막병증이란 미세한 망막 모세혈관에 혈액순환이 저하되어 생기는 당뇨 합병증이다.

망막혈관의 손상으로 혈액순환이 안 되어 망막에 출혈이나 진물도 생기고 심한 경우에는신생 혈관들이 자라기도 하고 이로 인해 유리체출혈이나 견인망막박리, 신생혈관녹내장을 유발하여 실명에까지 이르게 하는 아주 무서운 합병증이다.

당뇨망막병증은 크게 비증식망막병증과 증식망막병증으로 나누는데 비증식망막병증의 경우 망막의 혈관이 막히거나 혈관벽이 손상을 받아서 출혈이나 진물이 나타나고 망막이 허혈상태에 빠지면서 부어올라서 시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상태가 더 진행되면 망막에 불필요한 혈관이 새로 자라는데, 이를 신생혈관이라 하고 이런 상태를 증식 당뇨망막병증이라고 한다.

신생혈관은 눈 속에 심각한 출혈을 일으키며, 섬유성 조직과 더하여 망막위로 증식하는 경우도 생기는데, 이렇게 되면 망막이 당겨져서 벽지가 들떠서 일어나는 것처럼 내벽에 평평하게 붙어있어야 할 망막이 구겨지면서 내벽과 떨어지게 되는데 이를 견인성 망막박리라고 한다. 또한 신생혈관이 안구의 전반부까지 증식하여 방수유출로를 막아버리게 되는데 이를 신생혈관녹내장이라고 한다.

2000년 6월 경 강원도 원주에 사는 27세 여성 환자가 내원하였다. 당뇨환자로 결혼한 지 1년이 안된 신혼으로 평소에도 시력이 좋지 않은 편이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자고 일어나니 두 눈이 모두 안보인다고 하였다. 근처 병원으로 가니 상태가 너무 안좋아서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하였는데 천안에 사는 가까운 친척이 천안으로 오라고 해서 강원도에서 천안까지 온 것이었다. 안저 검사 결과 양안 모두 견인 망막박리가 있었고 좌안에는 유리체 출혈이 동반되어 있었다. 실명 위험이 큰 상태였다.

수술에 대해 설명을 해주니 실명이 되어도 선생님을 원망하지 않을테니 최선을 다해 달라고 해 수술을 하게 됐다. 2주 간격으로 양안 모두 약 3시간에 걸쳐 수술을 시행하였고 다행히 결과가 좋았다. 전에 비슷한 연령대의 당뇨환자가 합병증으로 두 눈이 실명돼 약혼자에게 파혼당한 것을 본 적도 있었다.

 지금도 몸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의 망막수술여부을 결정할 때는 과연 이 수술이 꼭 필요한지, 수술로 인해 오히려 환자 상태가 나빠지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환자 스스로가 본인의 눈 상태와 수술의 위험성이나 시력예후를 정확히 이해하고 수술을 결정하고 의사는 수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경험으로 볼 때 가장 현명한 길인 것 같다.

아산 EG임안과 김준순 원장, 정리=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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