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실천이 경제살린다]세탁기 한국 6년 미국선 13년 사용…소보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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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본산지인 밀라노에서 한벌에 72만원인 조지 알마니 남성코트가 서울에서는 3백65만원, 미국은 평균 13년인 세탁기 교체주기가 한국은 6년, 최근 3년간 4배나 늘어난 양주수입…. 한국경제가 국제통화기금 (IMF) 긴급지원을 받아야할 정도로 어려워진 배경에는 정부.기업의 실책 못지않게 무분별한 소비행태도 한몫 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소비자보호원이 분석, 1일 발표한 '소비실태 국제비교' 를 보면 우리 국민이 먹고 입고 마시고 노는데 무척 헤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에 달했던 때의 소비재 수입을 보면 한국 (95년) 이 일본 (84년) 의 3.4배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소보원 관계자는 "우리나라 소비가 지나치게 고급화.대형화했음을 보여준다" 면서 "이번 경제위기를 비합리적이고 낭비적인 소비행태에 대한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 물건을 너무 쉽게 바꾸고 헤프게 쓴다 = 한국의 컬러TV 교체주기는 7.1년 (95년 기준) 으로 '소비 천국' 이란 미국의 11년보다 짧았다.

승용차 교체주기도 미국이 7.8년, 일본이 9.4년인데 비해 한국은 3.3년에 불과했다.

반면 연간 주행거리는 한국이 2만5천㎞로 미국 (1만8천㎞).일본 (1만㎞) 보다 훨씬 길었다.

그만큼 대중교통보다 승용차에 크게 의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성적인 물부족 속에서도 수돗물 사용량은 한국이 3백94ℓ로 프랑스 (2백11ℓ).독일 (1백96ℓ) 보다 훨씬 높았다.

◇ 지나치게 큰 것만 찾는다 = 냉장고 크기를 보면 한국은 55.9% (94년)가 4백ℓ이상인데 비해 일본은 23%에 불과했다.

승용차도 한국은 배기량 1천㏄이하의 경차 비중이 3.9%에 불과한 반면 일본은 22.6%에 달했다.

소보원측은 "한국인은 체면 때문에 작은 차를 회피하는 경향이 많았다" 면서 앞으로 휘발유값이 올라가면 보급이 늘 것으로 예상했다.

◇ 일부 계층 과소비가 수입품값 올린다〓일부 유명 수입브랜드 판매가격도 서울이 파리.뉴욕등 선진도시보다 보통 3배, 최고 5배까지 비쌌다.

뉴욕에서 33만8천원인 캘빈클라인 캐주얼 점퍼가 서울에서 1백50만원으로 5배나 비쌌고 다른 품목도 서울이 파리.뉴욕의 3배 수준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비싸도 찾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중간상인들이 폭리를 취할 수 있다" 고 지적했다.

국내 의류시장중 수입품 비중이 93년 7%에서 지난해 19%로 커진 것도 이 때문이다.

◇ 소득에 비해 지출이 너무 헤프다 =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시점을 비교할 때 소비지출중 외식비 비중이 한국이 9.6%로 일본 (3.9%) 보다 3배 가까이 높았다.

음식값이 비싼데다 외식 풍조가 급속히 확산된 탓이다.

개방화 속에서 해외여행이야 불가피하다 해도 지난해 한국의 1인당 해외여행경비는 1천6백12달러로 우리보다 잘 사는 독일 (6백40달러).미국 (9백37달러) 보다 많았다.

에너지자원의 97%를 수입하면서도 지난 10년간 연평균 에너지소비증가율이 9.6%로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가입국 평균 (1.4%) 보다 6.7배나 높았다.

김태진.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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