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자 임금 동결 바람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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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노.노 간 소득격차 해소에 힘써야 하고 이를 위해 현재 고임금자에 대한 임금 인상 자제 또는 동결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 해소를 위해 고임금자에 대한 임금을 동결하자는 주장이 노동계 간판급 인사에게서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이 위원장은 29일 전남 순천시에서 한국노총 전남본부 주최로 열린 '노사정 합동세미나'에서 "노조원은 노사뿐 아니라 노.노 간 소득 격차 해소에도 힘써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위원장은 "2만~3만달러 시대가 온다고 해도 기업인과 노동자, 노동자와 노동자 간 소득 차가 크다면 별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봉 6000만원의 H기업 노조원이 있는가 하면 1200만원 이하의 비정규직 노동자도 있다"며 "6000만원 연봉을 5000만원으로 줄이자고 나설 수는 없으나 인상을 자제하거나 (필요하다면) 동결해 임금 불균형 해소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노사교섭 등에 강한 투쟁성을 가져야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요구를 관철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기업이 운영실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해를 구한다면 아무리 강성노조라도 이해하고 협조하게 된다"며 "기업은 개인이나 가족 소유가 아니라 사회와 국민의 것이라는 기업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에서 상생을 주장하고 있으나 기업에 대한 투명 경영 등의 요구는 없이 노조에만 양보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에서 기업의 투명 경영을 유도해 100년 후에도 건실하게 운영되는 기업을 많이 만들라"고 촉구했다.

그는 민주노총과의 통합 논의에 대해 "하나의 노총이 바람직하나 지금 이를 추진할 경우 통합 노총과 잔류파 한국노총 및 민주노총 등 3개 노총으로 분열될 가능성이 있어 서두를 일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의 발언은 노.노 간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노동계도 노력할 수 있다는 기존 노동계의 입장에서 한걸음 더 나간 것이다.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의 경우 "기업경영을 투명하게 하고 현재 노동자들의 고용을 어느 정도 보장해 준다면 대기업의 임금 인상 자제를 설득하겠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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