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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98년부터 업소등서 깨끗한 음식만 가려 복지시설에 기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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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난달 29일 오후10시쯤 서울도심의 C호텔 뷔페식당. 영업을 모두 끝낸 식당 한쪽에 몇술 뜨다 만 볶음밥 한솥과 거의 손도 대지않은 갖가지 소스의 쇠고기요리가 다섯 접시나 그대로 놓여 있다.

값이 비싸 서민들은 평소 대하기도 힘든 연어 데리야키.스테이크.각종 회.해물요리등도 큰 뷔페접시에 절반이상씩 남아 있다.

종업원 金모씨는 "날마다 이 정도의 음식이 남아 쓰레기처리업자들이 수거해 동물사료로 쓰고 있다" 고 말했다.

서울에서만 3백70여곳의 체인점을 운영하는 P제과도 제품특성상 먹을 수 있으나 판매용으로는 부적당한 빵을 매일 약 40㎏씩 폐기처분하고 있다.

이 빵들은 칼로리가 너무 높아 아예 동물 사료로도 사용되지 못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버리게 되는 것이다.

서울시가 이처럼 상하지 않고 깨끗해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모은 뒤 이를 사회복지시설에 전달해주는 식품은행을 설립키로 해 또다른 경제살리기의 작은 실천모델이 되고 있다.

내년 상반기중 강서구 관내 1곳에 설립하게 될 이 식품은행은 호텔.뷔페업소.제과점등에서 매일 남는 음식중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냉장차에 실어 사회복지시설등으로 배달해주는 중간역할을 하게 된다.

시 집계에 따르면 호텔.대형음식업소등에서 배출되는 음식쓰레기양은 서울에서만 하루 4천1백여t. 이를 매립.소각처리하는데 하루평균 1억2천여만원, 1년이면 3백73억여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은행제도 도입을 제안했던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유기영 (劉基榮) 박사는 "식품은행을 잘 운영하면 음식물 낭비도 줄이고 쓰레기도 줄이는 일석이조 (一石二鳥) 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며 "조사결과 중.대형 호텔 40여개와 50여개의 제과점, 10여개의 출장뷔페업소에서 남은 음식중 먹을 수 있는 것을 기부할 의사를 밝혔다" 고 말했다.

식품은행은 미국.캐나다.뉴질랜드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10여년전부터 실시하고 있는 제도로 중앙.지방정부의 지원을 받아 사회복지시설등 비영리단체가 운영해 오고 있다.

시는 식품은행을 시범운영한 뒤 반응이 좋을 경우 내년 하반기쯤 권역별로 네곳에 확대설치할 계획이다.

劉박사는 "식품은행 설치를 위해서는 미국의 자선법과 같이 기부식품으로 인한 식중독 발생시 기부자가 책임지지 않는 기부자보호법이 제정돼야 한다" 며 "사고에 대비한 보험가입과 기부자에 대한 각종 세금감면등의 제도를 마련할 경우 식품은행을 활성화할 수 있다" 고 말했다.

문경란.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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